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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트위터 공화국’ 본부…한귀퉁이에 CEO 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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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달 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 정오 무렵 구글 개발자 회의가 한창인 모스콘센터를 나서 3분 남짓 걸었다. 센터 대각선 방향에 있는 6층 높이의 평범한 건물. 미국 통신업체 AT&T 대리점 간판만 덩그마니 붙은 여기가 바로 세계인의 소통방식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본사가 있는 곳이다.

 6층으로 올라가 방문 등록을 하고 있자니 미모의 동양 여성이 환한 미소를 띤 채 다가왔다. 트위터 팔로어(친구)로 만나 이번 방문을 주선한 이 회사 유일의 한국인 직원 이수지씨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많은 손님이 찾아온다. 올 3월 말에는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한·미의원외교협의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견학을 왔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구식·황진하·홍일표·백성운 의원, 민주당 김효석·박영선 의원까지 일곱 명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한국에서 트위터는 그간 상당히 진보적인 매체로 인식돼 온 듯한데, 이번 정 의원 일행의 방문을 통해 사용자층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본사에서도 한국 네티즌의 역동적 움직임에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최근 한국의 4·27 재·보선 때에도 사용자들이 ‘인증샷’을 찍어 올리며 투표를 독려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트위터가 올 1월 19일 정식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사용자는 38%, 매일 올라오는 글은 무려 392%가 증가했다”는 새 소식도 전했다. 그는 이 회사 국제 파트에서 한국 서비스를 비롯한 해외 업무를 맡고 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당으로 향했다. 인근 실리콘밸리의 구글·유튜브와 마찬가지로 전속 요리사가 있는 뷔페식 무료 식당이었다. 각기 다른 문화적 배경과 취향을 가진 직원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메뉴와 음식들이 그득했다. 직원의 30, 40%가 구글 출신이란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그만큼 분위기가 유사했다.

딕 코스톨로 CEO

막 식사를 마친 듯 캐주얼 차림의 중년 남성이 식탁 옆을 스쳐갔다. 이씨가 “최고경영자(CEO)인 딕 코스톨로”라고 귀띔했다. 그와 명함을 주고받고 인사를 나누는 동안에도 직원들은 누구 하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탈권위적 분위기는 식사 뒤 둘러본 사무실 곳곳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코스톨로 CEO는 방이 없었다. 다른 직원들과 섞여, 칸막이도 없이 똑같은 크기의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벽엔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회의실엔 ‘@cuckoo(뻐꾸기)’ ‘@skylark(종달새)’ 같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씨는 “3월 중순만 해도 직원 수가 40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여 명이 늘었다”며 “이 때문에 사무실 인테리어가 수시로 바뀐다”고 말했다. 출퇴근시간은 자유, 아내가 출산을 하면 남편에겐 6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매주 금요일에는 전 임직원이 모여 와인 한 잔씩 하며 문답을 주고받고 친목을 다지는 파티가 열린다.

 지난해 6월 1억2500만 명이던 트위터 사용자는 현재 2억 명으로 늘었다. 단순 SNS로 출범한 트위터는 이제 세계를 아우르는 정보 공유 미디어를 지향하고 있다. 자부심 가득한 이씨와 직원들의 모습에서 ‘표현의 자유를 통한 정보의 민주화’라는 이 회사의 모토가 새삼 떠올랐다.

샌프란시스코=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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