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서 만난 배우 장동건 “아들 초등학교 갈 때까진 인기 있으면 좋겠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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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일본 3국 프로젝트 영화 ‘마이 웨이’의 주연 장동건. ‘제2의 손기정’을 꿈꾸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청년 준식을 연기한다.

“아이가 생기니까 작품 고르는 기준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배우로서 연기 폭에 대한 갈증을 풀 만한 배역을 만나고 싶다는 욕심은 여전히 있지만, 내 아이가 커서 아빠가 출연한 영화를 봤을 때 부끄럽지 않을 작품을 골라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지더군요.”

 제64회 칸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14일(현지시간) 배우 장동건(39)을 만났다. 그는 주연을 맡은 전쟁 블록버스터 ‘마이 웨이’ 프로모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칸에 왔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일본·중국·독일 3국의 군복을 갈아입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조선인 청년 준식이다. ‘마이 웨이’는 2003년 12월 개봉해 ‘1000만 신화’를 썼던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은 제작비 300억원 규모의 대작이다.

 장동건은 “‘마이 웨이’는 제 아이가 봤을 때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제가 연기했던 진태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점차 변해가는 인물이었어요. ‘마이 웨이’의 준식은 수많은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희망을 잃지 않아요. 그래서 촬영 시작하기 전 감독님에게 여러 번 묻기도 했죠. ‘요즘처럼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변화가 미덕인 시대에 이런 인물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겠느냐’고요. 감독님이 ‘그런 시대이니 더더욱 신념을 잃지 않는 인물을 보여주자. 그게 우리 영화의 진정한 힘’이라고 대답하시더군요.”

 ‘마이 웨이’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그는 “‘이 영화 찍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전투 장면을 세 번이나 찍어야 하는데, 이걸 제대로 해내려면 체력적으로 부담이 정말 심하겠구나 싶었어요. 촬영 시작하고 나서 보름쯤 지났을 때 웬만한 영화 한 편 찍은 것 같이 힘들더군요. 그래도 ‘태극기 휘날리며’ 때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다른 배우보다 여유를 가질 수 있었죠.”

 동갑내기 배우 고소영과 결혼해 지난해 아들을 얻은 그는 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마이 웨이’ 촬영에 들어갔다.

 “아이 크는 걸 많이 보지 못했어요. 처음엔 서운한 걸 몰랐는데 이제는 해외촬영 때문에 헤어져야 할 때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인기에 대해 크게 연연해하는 편이 아닌데,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까진 제가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더군요. ‘아빠가 예전에 잘 나갔다’가 아니라 요즘 인기 있다는 걸 아이가 알았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는 ‘아이가 가장 좋아할 아빠 영화가 뭘 것 같느냐’는 질문에 “엄마와 같이 출연한 ‘연풍연가’(1998)를 제일 재미있게 볼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15일 전세계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마이 웨이’ 제작발표회를 마치고 노르망디 전투 장면을 촬영하러 라트비아로 떠난다.

칸(프랑스)=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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