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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합의안 통과 파장]

중앙일보

입력

서울지하철공사 노조가 지난해 12월말 공사와 맺은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로 통과됨에 따라 해마다 반복돼온 노사대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전기가 마련됐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30일 김정국(金正國)공사사장과 배일도(裵一道)노조위원장 사이에 체결된 잠정합의안은 효력을 공식 발생하게 됐다.

그러나 裵위원장이 주도한 노사합의에 대해 투표과정의 합법성을 문제삼은 노조내부 강경파들이 무효를 주장하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 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 배경과 의미〓이번 결정은 명분을 앞세운 투쟁지향적인 노동운동이 이제는 시민사회는 물론 노조원들로부터도 외면당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실제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8일간에 걸쳐 진행된 지난해 '4.19파업' 이후 다수의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투쟁적인 노동운동에 회의적인 시각이 퍼져갔다.
裵위원장이 점진적 구조조정수용안을 내고도 50.7%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일반 노조원들의 이러한 변화욕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조합원 과반수(53.65%)가 투표에 참여해 85.78%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론 합의안의 통과는 충분히 예상된 것이기도 했다.
당초 합의안이 임금 12%인상과 2천4백여명 자동승진 등 파격적인 혜택을 담고 있었기 때문.

◇ 파장과 전망〓 '지옥철(地獄鐵)' 과 '파업철(罷業鐵)' 로 각인된 지하철이 시민의 발로 거듭날지가 가장 큰 관심사. 裵위원장은 지난 4일 "노사합의안이 통과되면 투쟁적인 노동운동을 지양하겠다" 며 사실상 무파업 선언을 한 상태라 기대를 걸어볼만도 하다.

하지만 가장 큰 불씨는 노조 내부에 남아 있다.
노조내 강경파들의 잠정합의안 거부에 따른 노노(勞勞)갈등으로 조합원 총투표가 두차례 연기되는 등 진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 발표후 비상대책위 허섭(許涉)대변인은 "투표 자체가 노조 규약 위반인 만큼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 고 밝히고 25일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투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또 공사측은 "1천6백명의 정원 감축등을 통해 충분히 상쇄할수 있다" 고 주장하지만 합의안을 이행하는 데 소요되는 1천억원의 비용부담 문제를 푸는 것도 과제다.

장세정.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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