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립 46년 만에 말레이시아 GDP 추월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8호 22면

지난 5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 57층에 위치한 스카이파크 수영장에서 투숙객들이 일광욕과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싱가포르=주정완 기자

지난 5일 오후 싱가포르 남쪽 바닷가에 위치한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처럼 초대형 전시장과 호텔·쇼핑가·카지노 등이 몰려 있는 싱가포르 관광의 중심지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리조트 호텔은 사람 인(人)자 모양의 건물 세 동 옥상 위로 길쭉한 배처럼 생긴 ‘스카이파크(하늘공원)’를 연결했다. 특히 최고 52도 기울어진 동쪽 건물은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의 10배 가까운 기울기로 ‘21세기 건축의 기적’으로 불린다. 이곳의 호텔 건물은 미국의 건축가 모셰 샤프디가 설계했고 한국의 쌍용건설이 지었다. KOTRA 싱가포르KBC의 권오륭 차장은 “마리나베이샌즈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싱가포르의 번영과 현대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작년 경제성장률 14.5%, 싱가포르의 ‘기적’

서쪽 건물의 매표소에서 20싱가포르 달러(약 1만8000원)를 내고 스카이파크 입장권을 산 뒤 56층으로 가는 고속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계단으로 57층에 올라서자 ‘스카이 수영장’에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물놀이와 일광욕을 즐기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싱가포르 금융가의 고층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수영장 물이 폭포처럼 아래로 흘러내리는 듯한 착시 현상이 느껴졌다. 쌍용건설 김응주 차장은 “수영장은 호텔 투숙객만 이용 가능하고 일반 관람객은 일부 구역에서 눈으로만 볼 수 있다”며 “하루 방값은 한국 돈으로 30만~40만원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 관광객이 북적이는 스카이파크 전망대에서 영국인 관광객 모녀를 만났다. 로즈와 샬럿 에드워즈라고 이름을 밝힌 이들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녔지만 고층 건물 옥상에 전망대와 수영장을 함께 만든 것은 처음 봤다”며 “현대식 고층 건물의 첨단 이미지와 탁 트인 바다 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텔과 연결된 쇼핑가는 전 세계 명품숍이 다 모였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넓고 화려했다”며 “사고 싶은 물건은 많았지만 워낙 비싸서 조금밖에 못 샀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경제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5%로 1965년 독립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8.5%(전년 동기 대비) 성장하며 호황을 이어갔다. 종전의 연간 최고 성장률 기록은 70년의 13.8%였다.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한 것은 94년(10.6%) 이후 16년 만이다. 이로써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1.5%)과 2009년(-0.8%)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버렸다. 실업률은 지난 3월 현재 1.9%에 불과해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황이다.

작년 외국인 방문객 20% 급증
말레이 반도 남쪽 끝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인 싱가포르는 독립 46주년을 맞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말레이시아를 추월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의 GDP는 2227억 달러로 말레이시아(2380억 달러)에 약간 뒤졌다. 올해는 싱가포르의 GDP(2537억 달러)가 말레이시아(2478억 달러)보다 많아질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싱가포르에는 서울의 약 1.2배 면적(712.4㎢)에 500만 명(외국인 포함)이 모여 산다. 1인당 소득은 지난해 기준으로 4만3000달러에 달한다.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에 비해 국토 면적은 약 470배, 인구는 다섯 배가 많지만 1인당 소득은 지난해 8400달러였다.

싱가포르 고성장의 견인차는 관광산업이다. 지난해 완공한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1164만 명으로 전년(968만 명)보다 20%나 급증했다.

리셴룽(李顯龍·이현룡) 총리가 ‘마이스(MICE) 산업’을 21세기 신성장 동력으로 선포한 이후 국가적인 역량을 집중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MICE는 기업회의(Meeting)·포상관광(Incentive)·국제회의(Convention)·전시/이벤트(Exhibition/Event)를 포괄하는 관광·서비스 산업을 말한다.

리 총리는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위해 부친인 리콴유(李光耀·이광요) 전 총리(현 내각고문)를 설득해 두 곳의 카지노를 허가했다. 카지노는 독립 이후 도박을 엄격히 금지했던 국가 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어서 리 총리로선 큰 결단이 필요했다. 현재 카지노에는 싱가포르 사람도 성인이라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다만 무료 입장인 외국인과 달리 내국인은 100싱가포르 달러(약 9만원)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싱가포르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CEO)라고 할 수 있는 리 총리에게도 고민은 있다. 당면 과제는 고령화와 함께 정치적 변화를 요구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실시된 총선에선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전체 87석 중 81석을 차지하는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일부 선거구에선 ‘야당 바람’이 불면서 고전했다. 특히 리 총리의 핵심 측근인 조지 여 외무장관이 낙선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2006년 2석에 그쳐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6석을 차지했다. 리 총리는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우리 사회가 큰 변화에 직면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정부는 국민과 교감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