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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서울스프링실내악 페스티벌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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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1일 시작된 제6회 서울스프링실내악 페스티벌은 피아노 연주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피아니스트 두 명이 피아노 두 대 앞에 각각 앉았다. 왼쪽 피아니스트가 연주를 시작했다. 3분 남짓한 음악이 일단락되자 오른쪽 피아니스트가 이어받아 연주했다. 그 사이 왼쪽 피아니스트는 무대 밖으로 퇴장했다. 이어 세 번째 피아니스트가 나와 두 번째 연주자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11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난데없는 ‘피아니스트 계주’에 객석에선 킥킥 웃음이 터졌다. 제6회 서울스프링실내악 페스티벌의 개막 무대였다.

 하이라이트는 여섯 피아니스트가 릴레이를 펼친 리스트의 ‘헥사메론: 오페라 청교도의 행진곡에 의한 화려한 대변주’였다. 원래는 피아니스트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곡이다. 1830년대 내로라하던 작곡가 여섯 명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기교 대결을 펼쳤던 작품이 원조다. 리스트·쇼팽·체르니 등이 각각 화려하게 변형시킨 행진곡 주제가 들어있다. 리스트는 이 음악을 다듬고 이어 붙였다. 때문에 이 곡은 대결을 앞세운 ‘허영심’으로 가득하다.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기로 작심했기 때문이다.

 페스티벌 프로그램을 짠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피아니스트 김영호 등은 이 작품의 약점을 재미로 바꿔냈다. 피아니스트 여섯 명이 ‘대놓고’ 기교 대결을 하게 했다. 리카코 무라타·파스칼 드봐이용·김영호·유영욱·서혜경·필립 탐슨이 차례로 나와 곡을 6등분해 연주했다.

 피아노 연주의 고정관념을 깨는 프로그램은 이뿐이 아니었다. 플루트·첼로와 함께하는 이색적인 3중주, 트럼펫이 끼어있는 특이한 7중주, 샹송과 함께하는 5중주는 각각 훔멜·생상스·풀랑크의 작품이었다.

 이날 공연은 선곡(選曲)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피아노를 주제로 했다고 해서 뻔한 소나타·2중주·협주곡 등을 끼워 넣는 안일함이 없었다. 해외축제 경험이 풍부한 연주자들이 기획에 참여하며 새로운 곡을 찾기 위해 발품을 판 덕분이다. 강동석·김영호·양성원(첼로) 등이 주인공이다. 이번 페스티벌은 22일까지 열네 번 남았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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