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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사살에 충격? 카다피 행적 오리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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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무아마르 카다피(69·사진)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행적이 오리무중이다. 지난달 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의 공습으로 6남 사이프 알아랍(29)과 손자 세 명을 잃은 뒤부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로 충격을 받아 몸을 꼭꼭 숨기고 있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카다피는 아들과 손자의 장례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5~6일 리비아의 850개 부족의 대표단이 모인 부족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리비아 내전 사태가 시작된 2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수시로 공개적인 장소에 나타나 건재를 과시했다. 수도 트리폴리의 그린광장이나 외신 기자들이 모여 있는 호텔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다 최근 11일 동안 종적을 감췄다. 카다피는 사이프 알아랍이 전투기 폭격으로 숨진 장소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다피는 1986년 미군의 공습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알바그다디 알리 알마무디 리비아 총리는 외신에 카다피의 신변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다피 국가지도자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고 있다. 곧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나토 관계자는 “우리는 카다피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고 했다.

 나토는 9일 트리폴리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하루 동안 146회에 걸쳐 정찰기·전폭기가 출격해 지휘·통제본부 3곳 등을 타격했다. 나토는 “카다피를 제거하는 작전을 펼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카다피의 은신처에 대한 폭격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 이에 대해 나토는 “그 장소가 군사적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리비아에서는 미스라타와 아즈다비야 등지에서 카다피군과 시민군의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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