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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역사는 암기 과목이 아니에요,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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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인용되는 글귀가 있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들의 과거는 반복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유대인 대학살 장소인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걸려 있다. 유대인들은 고난의 과거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역사교육을 철저히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국사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내년부터는 고등학교에서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된다. 교육 방법도 제대로 갖춰 나가자는 목소리가 높다. 교과서로 우리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고, 신문기사를 통해 국사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본다. 

초5 사회(두산동아) Ⅲ. 유교 전통이 자리잡은 조선
이와 같은 사례를 찾아 NIE 지면에 실었습니다.

역사를 배우면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또 미래에 발생할 일을 예측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사진=거인출판사 제공]


초5부터 시작하는 우리 역사 공부

내년부터 국사가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됐어.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우리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뜻이야. 지금까지는 국사를 배우겠다고 선택한 몇몇 학생만 배워왔거든. 그동안 우리 역사는 외울 게 많다고 안팎으로 푸대접만 받았는데, 이제야 그 중요성을 인정받다니 정말 반가운 소식이야.

어찌 보면 좀 늦은 감도 있어. 중국만 봐도 그래. 고등학교에 따로 역사 과목을 두고 일주일에 적어도 3시간은 배우거든. 역사가 200년 남짓밖에 안 된 미국 뉴욕주에서도 고등학생들은 미국사 시험을 쳐 일정 점수를 따야 졸업할 수 있어. 일본에서도 앞 다퉈 지방마다 일본사를 교육 과정에 넣고 있어. 어때? 우리나라만 국사 공부를 게을리해 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다행히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우리 역사를 배울 수 있단다. 돌을 갈아 사냥에 이용하던 선사시대, 단군 할아버지가 세운 고조선,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겪은 근현대사까지 말이야.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우리 선조들의 생활을 자세히 보여준다고 해.

생각해 보면 역사는 지나간 일일 뿐인데 우리 역사를 아는 게 왜 중요할까? 영국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카(E. H. Carr)는 이렇게 말했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과거와 현재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역사라니 고개가 갸우뚱하지?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살고 있는 현재는 늘 과거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는 뜻이야. 예를 들어 ‘나’라는 사람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계셔야 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 무엇인지 알아야, 오늘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과거의 일을 교훈 삼아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에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얘기지.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를 예로 들어볼까? 교과서 132쪽(3단원 유교 전통이 자리 잡은 조선-(5)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에는 ‘임진왜란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 운동에 대해 알아봅시다’란 내용이 나와. 임진왜란은 1592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로 가는 길을 내어 달라는 구실로 조선을 침략한 사건이야. 명장 이순신과 의병의 활약으로 끝내 일본군은 패했지. 자, 여기까지는 누가 뭐라 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야.

이 사실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의미 있는 사건이기도 해. 양반과 천민 할 것 없이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 나라 곳곳에서 들고일어난 의병들이 없었다면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웠을 거야. 이순신 장군의 빼어난 지략도 큰 몫을 했지. 만약 우리가 임진왜란에서 패했다면 우리 역사가 일본에 넘어갔을지도 모르니까 생각하면 아찔하지.

일본은 이 역사적 사실을 어떻게 볼까? 남의 나라를 넘보다가 패하고 꽁무니 빠지게 도망쳤으니 애써 별 의미 없는 사건이라며 덮어두겠지. 우리나라에서는 ‘성웅’이라고 부르는 이순신 장군을 일본 사람들도 그렇게 볼까? 아마 원망스러운 인물로 여기는 사람이 많을 거야. 역사적 사건은 하나인데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다르지? 역사는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처럼 역사에는 처한 상황이나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에 따라 평가와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우리 역사를 아는 건 우리 뿌리를 아는 일이야. 우리 역사를 모르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어. 생각해 봐. 역사를 아는 사람만이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있잖아. 지금도 중국이 고구려를 자기네 역사라고 우기고,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어. 역사를 알아야 이런 억지 주장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거지. 특히 요즘처럼 세계가 한마을(지구촌)이 된 시대에는 더욱 중요해. 우리 역사를 알아야 나를 알 수 있고,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고 당당하게 우뚝 설 수 있으니까.

이렇게 중요한 역사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무조건 외우려고 하면 골치 아파져. 수천 년 전 동안 쌓이고 쌓인 일들을 모은 기록이니까 그 양도 얼마나 많겠어. 역사 공부에는 암기력이 아닌 상상력이 필요해. 수백 년 전, 나와 비슷하게 생긴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이 땅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거지. 우리 선조가 이 땅에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헤쳐 나왔을지 머릿속에 그려 봐. 큰 흐름들 속에 숨겨진 살아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는 거지. 그러고 보면 내가 살고 있는 현재도 미래 후손들의 역사인 셈이네.  손혜령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사회가 재밌어지는 초등학교 맞춤 사회』(거인출판사) 저자

해볼 만한 NIE 활동

역사 신문 만들기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 ‘역사 신문 만들기’가 있다. 신문 만들기를 해보면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넓힐 수 있고, 정보를 생산하는 과정을 익힐 수 있다. 만드는 과정은 ①신문 이름 정하기 ②발행 주기, 크기, 쪽수 정하기, 역할 나누기 ③담을 내용 토의하고 신문 꾸미기 ④정리와 평가 순으로 진행한다.








본격적으로 주제 신문을 만들어 보자

학생들에게 역사는 오늘날 우리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킨 뒤, 신문에서 보도되는 사건이나 의견을 골라 과거 일어난 일을 찾아 연결한다. 최신 이슈이면서도 과거 역사적 사건의 연결고리가 분명한 것을 찾는 게 관건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외규장각 도서 반환’은 최신 이슈이자 역사적 배경은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조 임금의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거나 조선왕실의궤와 외규장각 도서에 대해 보도 기사를 실으면 훌륭한 신문 기사를 완성할 수 있다. 또 ‘독도해양종합과학기지 건설(사진 1)’이나 ‘장지연 친일파 논란(사진 2)’도 역사 신문 만들기의 재미있는 소재가 된다. 이런 실제 사건을 재구성해 보면서 ‘역사란 사실인가, 해석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역사에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상상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평가를 할 때는 완성도보다는 과정을 염두에 두고 열정과 호기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했는지 태도나 흥미도 위주로 고려해야 한다.

자료:심미향 중앙일보 NIE 연구위원, 한양대 사회개발원 교수


중앙일보 기사로 더 생각해 보세요

역사 교실과 ‘생각하는 힘’

내년부터 고등학생들은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공부하게 된다. 각급 공무원시험과 국공립 교사 임용시험에도 한국사가 도입된다고 한다. 2002년 한국사 교과서 검정 과정의 논쟁은 역사 교실에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 ‘무엇’을 포함시키고 ‘무엇’을 제외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역사 교육의 내용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는 동안 교실에서 한국사의 위상은 재미없고 지루한 변두리 교과목으로 추락했다.

이제 우리는 다시 돌아온 한국사를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하는 또 다른 질문과 대면해야 한다. 역사 교실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생각의 힘’이다. 다른 말로 ‘역사적 상상력’이라고 해도 좋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과서를 읽는 학생들이라 해도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은 당연하다. 교실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서로 다른 생각들이 존중돼야 한다. 역사는 사실에 기초한 ‘해석’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역사적 사실을 현재의 우리 모습과 부단히 연결하는 또 다른 생각 훈련을 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재조명이 역사 교실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종교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최근 우리 사회의 논쟁은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반복된 일이다. 유럽의 중세 십자군 전쟁은 종교 전쟁으로 시작됐지만 결국 세속적 영토 전쟁으로 변질됐다. 이슬람 채권법을 둘러싼 최근 우리 사회의 종교 논쟁이 낯선 외국 종교였던 불교와 그 문화를 수입한 고구려 소수림왕의 고민과 연관돼 해석될 수도 있다. 조선 초기 불교와 유교의 갈등에 대한 공부는 다문화·다종교 사회인 우리 사회의 현실 조명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보면 역사 공부는 분명히 현실에 대한 공부다. 현실에 대한 재미있는 ‘생각’ 공부다.

생각의 힘은 역사 교실의 동력임과 동시에 역사 공부의 결과로 기대되는 중요한 성과물이다. 생각의 힘은 이야기 능력의 원천이다.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읽고, 그것을 자신의 얘기로 소화해 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역사 교과서와 선생님은 역사를 보는 관점을 이야기해 주되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 스스로 나름의 역사관을 세워 나가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 교실과 사회의 포용력은 생각의 힘을 극대화한다.

생각의 힘은 생각 근육에서 나온다. 근육은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다. 한국사 교실이 ‘무엇’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닫힌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스스로 고민하는 열린 공간이 돼야 한다. 생각 근육을 키우는 운동장이 돼야 한다.<중앙일보 2011년 4월 30일자 31면>

신문 일기에 이렇게 정리해요
☞역사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본다.
☞신문을 역사 수업 자료로 활용하면 좋은 이유를 이야기해 본다.
☞ ‘역사는 현실에 대한 재미있는 생각 공부’라는 말의 의미를 500자로 설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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