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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휘어진 척추 바로 잡는데 최고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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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는 균형 잡힌 자세를 만들어준다. 중학교 2학년생인 서혜정(16)양이 승마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신승철]

지난 2일, 경기도 가평군 청심국제중학교 승마장. 이 학교 2학년생인 서혜정(15)양이 자기 몸집보다 몇 배 큰 말 잔등에 능숙하게 올라탔다. “허리를 꼿꼿이 세워야지.” 교관 선생님의 지시가 이어졌다. 서씨는 허벅지에 힘을 주며 자세를 잡더니 구부정했던 허리를 곧게 폈다. 이어 1시간이 넘도록 평보(아주 느린 속도)·속보·구보(아주 빠른 속도) 등 다양한 속도로 승마장을 돌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승마가 대중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내에 승마장은 2008년 약 200개에서 2010년 280개로 늘었다. 같은 시기에 승마 인구도 2만여 명에서 2만 5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최근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승마교육을 하는 학교도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승마교육’을, 경기도교육청은 한국마사회와 함께 51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방과 후 승마교실을 열었다. ‘키즈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늘자 승마장은 잇따라 ‘어린이·청소년 승마반’을 개설하고 있다. 용인대학교 체육과학대학원 조효구 교수는 “승마는 균형 잡힌 자세를 만들어주고, 성장판을 열어 키 성장을 돕는다”며 “초·중·고교 학생들이 하기에 적당한 운동으로 비만 관리와 정서 발달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무거운 책가방으로 생긴 측만증 교정효과 확실

승마의 건강 효과는 한 둘이 아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자세 교정이다. 척추측만증 진단을 받은 허재민(가명·14)군은 6개월 전 승마를 시작하고 나서 척추의 휜 정도가 많이 개선됐다.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권정이 교수는 “척추측만증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2~5%에 해당하는 흔한 질병”이라며 “무거운 책가방이나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 척추가 조금 휜 학생이라면 승마로 체형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말을 타려면 등자(발을 지지하는 고리)에 발을 딛고 허리를 펴야 한다. 권 교수는 “승마의 기본자세인 ‘기마 동작’은 허리를 쭉 펴야 하므로 등을 가로지르는 큰 근육인 척추 기립근을 발달시킨다”고 설명했다. 용인대학교 스포츠과학센터 조효구 교수는 “경기도의 초·중학생 120명을 대상으로 12주간 말을 타도록 했더니 학생의 어깨 부위의 좌우 차이가 초등학생은 0.5㎝, 중학생은 0.81㎝ 감소했다”며 “승마는 확실하게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어깨뿐 아니라 견갑(날개죽지뼈) 부위와 허리·둔부의 좌우 불균형도 개선됐다.

성장판 촉진해 성장발육 효과

 승마는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중학교 2학년인 김진솔(15·경기도 안성)군은 지난해에 비해 키가 5㎝나 더 커 1m71㎝가 됐다. 김군의 어머니인 원종옥(43)씨는 “남편과 내가 키가 작아 진솔이의 키가 걱정됐는데 승마교육을 받기 시작한 뒤로 키가 부쩍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조효구 교수는 “김군의 성인 예상키를 분석한 결과 승마교육 후 2㎝가 더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용인대학교 스포츠과학센터 이재원 교수는 “승마교실에 참가한 학생을 대상으로 뼈 발육 상태를 참고해 최종 신장을 예측했더니 초등학생의 경우 최종 예측신장이 1.6㎝, 중학생은 0.5㎝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 성장기에 승마를 계속하면 잠재된 성장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승마는 비만 관리에도 효과적이다. 이 교수는 “구보(아주 빠른 속도)로 1시간 말을 타면 384㎉를 소모하는데 이는 같은 시간 축구를 할 때와 비슷한 운동량”이라고 말했다. 말 위에서 끊임없이 몸 전체를 움직여 칼로리 소모가 높다는 것. 승마는 체지방·근력·근지구력·유연성·순발력도 고루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말과 함께 교감, 어린이·청소년 정서에도 도움

승마는 어린이·청소년의 정신 건강뿐 아니라 정서 발달에 기여한다. 1년간 승마를 한 이윤구(16·청심국제중 3학년)군의 가장 친한 친구는 ‘프리원’이다. 프리원은 이군이 승마장에 있는 말에게 붙여준 이름. 평소 개·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었던 그는 승마 강습을 받으면서 말에 푹 빠졌다. 담당 체육교사인 유미진(32·여)씨는 “학생들이 말에게 주겠다며 말이 좋아하는 간식인 당근이나 각설탕을 미리 챙겨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체육과학연구원 박세정 연구원은 “승마는 말이라는 생명체와 함께 교감하는 스포츠로 어린이·청소년의 정서를 안정시킨다”고 말했다. 특히 조효구 교수는 “승마교육에 참여한 학생은 학교 적응력·심리적 웰빙 지수·신체적 자기개념 등 심리·정서적인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승마를 하다 보면 내 몸이 준비가 돼 있어도 말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며 “이를 통해 인내심과 포용력·절제력을 배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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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겁 많은 동물 … 오르내릴 때 주의해야

승마는 낙마의 위험이 따른다. 실제 초보 승마인은 ‘승마’(말에 오르는 동작)와 ‘하마’(말에서 내리는 동작) 과정에서 낙마하는 경우가 잦다. 박세정 연구원은 “말은 겁이 많은 동물이므로 사람이 오르고 내릴 때 놀라기도 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어린이나 초보자는 말에 오를 때 기승대를 이용하거나 교관이 있을 때에만 말에 올라타야 한다”고 설명했다.

 말은 의외로 겁이 많은 동물이다. 박 연구원은 “말을 탈 때는 항상 앞쪽으로 다가가고, 말의 어깨나 목 부위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뒤쪽으로 접근하면 발에 채일 수 있다. 구두 코로 말의 배를 심하게 자극해서도 안 된다. 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일도 피해야 한다. 말이 놀랄 수 있다.

 승마용 모자·조끼·종아리보호대·장갑·안전모도 필수다. 박 연구원은 “낙마 시 부상을 최소화하려면 반드시 안전모 등 장비를 갖춰야 한다”며 “반바지나 얇은 옷보다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가죽으로 덮인 승마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무릎까지 오는 승마부츠나 승마화 대용인 다리를 감싸는 챕을 사용할 수 있다.

 말산업 포털 사이트인 ‘호스피아’(www.horsepia.com)→전국승마장→우리동네승마장을 클릭하면 전국 280여 개의 승마장을 검색할 수 있다. 승마장별 미니홈피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장치선 기자
사진=프리랜서 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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