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씨가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보스턴 팝스오케스트라 협연을 하던 2001년, 그를 촬영하게 되었다. 심장에서 뽑아 올린 듯한 그의 목소리는 그야말로 카메라도 녹여낼 듯한 기세였다. 그 목소리에 감동한 나는 그날 이후 장사익씨의 광팬이 되었다. 그때 장사익씨가 들려준 얘기가 있었다. “사진이야말로 가장 겸손한 예술”이라고 했다. 사진 속 피사체인 무대 위 예술가를 한껏 부각시키면서도 정작 사진가는 늘 뒤에 숨어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PORTRAIT ESSAY 이은주의 사진으로 만난 인연
그는 18가지 직업을 전전하다 46세에 가수로 데뷔했다. 18가지 일을 하는 동안은 웃는 일이 없었지만 가수가 된 다음에는 맨날 싱글벙글하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게 되니 웃음이 떠날 날이 없고 하루하루가 축복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노래 인생이 어언 18년이 되었다. 대표곡 ‘찔레꽃’을 비롯해 베스트셀러 음반을 7장이나 낸 대한민국 최고의 소리꾼이면서도 언제나 ‘겸손하고 편안하며 삶을 긍정하는’ 장사익씨는 노래하는 철학자에 다름아니다.
이은주씨는 1981년 제3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사진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20여 회 했다. 저서로 사진집 『108 문화예술인』『이은주가 만난 부부 이야기』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