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모두 나라를 위한 충정”…손학규 ‘FTA 처리 거부’ 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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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일 민주당 서울 영등포 당사는 9일 전 4·27 재·보궐선거 때 박수소리가 가득했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4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통과된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엔 손학규(사진)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비준안을 강경하게 반대했던 정동영 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

 손 대표가 먼저 “한·EU FTA 비준안의 통과를 막지 못해 제1야당 대표로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비준안 처리를 놓고 당내 찬·반론자들 사이에 끼여 있던 손 대표는 “두 입장 모두 나라를 위한, 당을 위한 충정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FTA 자체가 양날의 칼”이라며 “이득을 보는 쪽도 있고 손해를 보는 국민도 있는데, FTA를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FTA를 오직 국익만으로 상대하는 논리 자체가 흑백논리이며, 당이 그것에만 매여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EU FTA를 처리키로 했던 여·야·정 합의문 작성은 전례없는 일이었는데 민주당 간부의원들도 참석해서 다 서명했던 합의문을 (손대표 등이) 뒤집었다”(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라는 비판이 나왔다.

손 대표는 “우리는 한 가지 원칙은 지켰다. 야 4당 공조다”며 “야 4당 공조는 이명박 정부의 반서민정책에 대한 민생동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손 대표는 “한·미 FTA는 이번 한·EU FTA와 전혀 다른 별건”이라며 “면밀히 국익에 맞는지 검토하고 국민에게 민주당의 생각을 정확히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야·정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야권정책연합을 유지한 것은 민주당이 의미 있는 결정을 한 것”이라며 “반대의 길을 갔더라면 아마 당은 낭떠러지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박 원내대표 등 당내 FTA 찬성론자들을 겨냥해 “일부 의원은 우리 당의 강령과 정치노선에 대해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당 정체성을 뚜렷이 하면서 확고한 야권통합의 길로 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정세균 최고위원만 “우리나라 경제가 대외의존형 경제이기 때문에 우리만 홀로 고고하게 경제를 운영할 수 없다 ”고 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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