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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논시 사라지나…올 여름 '뜨거운 감자' 로

미주중앙

입력

LA다운타운 인근에 위치한 버논시가 존폐위기에 몰렸다. 산업도시 버논의 거리모습. [중앙포토

가주 의회가 버논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안을 통과시키자 시위대가 버논을 없애지 말고 개혁하라는 피켓을 들고 항의 하고 있다.

LA다운타운 남쪽의 작은 산업도시 버논(Vernon)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8일 가주 하원이 버논시에 대한 강제 해체 법안(AB 46)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버논시는 대부분이 공장지대로 거주 인구가 89명에 불과해 가주에서 가장 작은 도시다.

하지만 버논시(5.2 스퀘어마일)에는 무려 1800여개의 크고 작은 업체가 들어서 있고 5만5000명의 근로자가 매일 출퇴근을 하며 일을 하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봉급만도 연간 45억 달러에 이를 정도다. 이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은 막대해 버논시의 1년 예산은 3억 달러가 넘는다.

◆ 버논시 강제 해체 움직임 가속화

지난달 28일 가주 하원 의회장. 존 페레즈(민주.LA) 의원의 목소리는 격양됐다. "작은 소도시에서 전례없는 부정부패의 패턴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법을 명확히 지키는 것은 투명성과 직결된다."

AB 46은 버논시를 강제 해체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버논시를 해체하고 이를 LA카운티 정부의 비자치 구역으로 둔다는 내용이다. 페레즈 의원이 상정한 AB 46은 이날 민주 공화 양당의 적극적인 공조속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찬성62표(반대7)로 통과됐다. 3월 가주 의회에서는 적자 예산안 처리를 놓고 의회가 대립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논시 해체 법안인 AB46 만큼은 재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민주 공화 양당이 한목소리를 냈다. AB 46은 이제 상원으로 회부됐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여름이나 가을쯤 주 상원에서 처리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편 만약 주의회가 해체를 결정하게 되면 역사상 처음으로 주가 시를 해체하는 사례가 된다.

◆ 버논시 왜 없애려 하나

버논시에 대한 강제 해체 움직임이 가속화된 것은 지난해 8월 버논시 행정관인 에릭 프리시가 4년간 1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버논시 공무원들도 20만~30만 달러의 고액연봉을 받아왔고 호화 출장 사실까지 알려지며 비난이 이어졌다.

당시 한 예로 프리시 행정관 등 버논시 공무원 3명은 2009년 뉴욕에서 4일 출장 비용으로 항공기 일등석을 예약하면서 1만2000달러의 예산을 지출했다. 또 뉴욕 리츠칼튼 호텔에서 7600달러 리무진 서비스로 2200달러를 사용했으며 4일간 식사 값으로만 2600달러를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프리시 행정관은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LA까지 하루 931달러를 내고 항공기 일등석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버논시 공무원들의 스캔들은 뿌리가 깊었다. 지난 2006년 당시 40년간 버논시를 장악해오던 레오니스 멜버그 시장이 다른 시장 후보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쌓여가던 비리가 곪아터졌다.

당시 LA시 검찰은 후보자들의 제보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맬버그 시장을 부정투표 혐의로 브루스 맬컨호스트 시니어 행정관을 수십만 달러 이상의 공금을 개인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당시 91명의 버논시 주민 대부분은 시 공무원이었는데 이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맬버그 시장과 시의원들에게 맞서는 후보자들을 내쫓고 후보자 명부에서 제외해가며 자신들의 자리를 계속 지켜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비리들로 인한 논란은 버논시를 해체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었다.

◆ 버논시 해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높아져

버논시의 해체 의견을 놓고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업도시 버논시가 비자치구역으로 바뀌면 지역 비즈니스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버논시는 4개월째 지역 비즈니스 연합회 지역내 노동자 단체 등과 연계해 AB46 반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버논시 프레드 멕파렌 대변인은 "버논시가 해체되면 세금이 높아져 수많은 업체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심지어 문을 닫는 업체들도 늘게 될 것"이라며 "페레즈 의원이 상정한 AB46은 버논의 모든것을 파괴하고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LA다운타운과 인접한 버논시에는 각종 세금혜택 등 우수한 사업 환경으로 인해 의류업 식품가공업 창고 장난감 제조업 등 대형 업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또 액세서리 수입 도매업체 코스타를 비롯한 그로비 어패럴 잇진 제이콥 서플라이 등 다수의 한인 업체들도 진출해 있다.

그로비 어패럴의 데이비드 엄 대표는 "버논시는 자체 발전소가 있어서 전기료도 싸고 직원수에 따라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세금도 낮아서 사업을 하기에 좋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주는 "버논은 시행정 절차가 간소하고 신속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AB46이 가주하원에서 통과된 지난달 28일에는 팀 도넬리(공화.트윈픽스) 쉐넌 그로브(공화.베이커스 필드) 제프 밀러(공화.코로나) 등 일부 의원들이 이를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쉐넌 그로브 의원은 성명에서 "부정부패 등의 문제는 시해체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페인 이민자가 명명
시 역사는 100년 넘어

버논시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1905년 스페인 바스크 지역 이민자인 존 레오니스가 이 지역에 정착 버논(vernon)이라고 이름을 짓고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어 1953년 레오니스가 사망하면서 손자인 레오니스 맬버그 전 시장이 버논시를 맡게 된다.

맬버그 전 시장은 196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정에 참여했으며 40년간 시장직을 역임했다.

지난 1월 버논시 정부는 비리 논란이 가열되자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일부 공무원들의 연봉을 공개했다.

연봉은 재정디렉터 33만9000달러 시행정관 및 소방국장의 연봉이 21만 달러 전력 국장 17만3000달러 경찰국장 16만달러 비즈니스 서비스 디렉터 14만9000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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