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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현장] 매연 트럭, 광릉숲 관통 … 수백 년 고목 시름시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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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지난달 말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 정문 부근의 광릉숲 관통도로. 숲 가운데에 자리한 왕복 2차로에 화물트럭 등 차량들이 줄지어 지나고 있다. [전익진 기자]


4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직동리의 국립수목원 정문 주변의 왕복 2차로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도로변 나무 울타리 안에는 하늘을 가릴 듯한 10~20m 높이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울타리 바깥 도로변에도 전나무 등 고목(古木) 가로수가 늘어서 있었다. 제한속도(시속 30㎞ 이하) 표지판과 ‘노거수(오래된 키 큰 나무) 보호를 위해 천천히 운행합시다’라는 팻말이 보였다. 하지만 시속 40~50㎞로 내달리는 차량도 눈에 띈다. 1.5t 트럭 두 대가 잇따라 지나자 뿌연 매연이 도로변 숲 속으로 퍼졌고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천연기념물 제197호 크낙새의 서식지이며 지난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2만4465㏊)이 신음하고 있다. 숲 가운데를 관통하는 포천 축석교차로~남양주 부평IC 간 도로(11.4㎞)의 통행량이 많기 때문이다.

관통도로는 의정부 민락동 방면 43번 국도와 남양주 진접읍 방면 47번 국도를 최단거리로 이어준다. 2009년 기준으로 하루 9169대의 승용차가 이용했다. 국립수목원 김재현(농학) 박사는 “관통도로를 지나는 차량으로 인한 매연, 소음, 분진, 차량 불빛 등 때문에 전나무 가로수와 주변 광릉 숲의 나무들이 생육에 지장을 받거나 시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최근 ‘광릉숲 보전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중간보고서’를 내고 “관통도로의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 직동삼거리~고모교차로~내촌교차로~부평IC 구간(18.1㎞)으로 우회통행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민 황모(53·남양주시 진접읍)씨는 “통행하는 차량이 늘면서 광릉숲이 계속 파괴되고 있다”며 “통행금지나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은 “우회도로를 이용하면 30분 이상 더 걸린다”며 통행제한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이 광릉숲 주변에 사는 주민 2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주민의 48.7%가 대중교통만 지나도록 통제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어 모든 차량 제한(24.1%), 주말만 통행 제한(13.4%), 도로 유료화(8.7%)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경기도 북부청사 이종갑 농수산산림과장은 “주민들과 협의해 광릉숲 관통 구간의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친환경 셔틀버스 도입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광릉숲=의정부, 남양주, 포천 등 경기도 3개 시에 걸쳐 있는 2만4465㏊ 규모의 숲이다. 중심부엔 국립수목원(1118ha)이 있다. 식물 865종, 곤충 3925종, 조류 175종 등 5688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 중엔 크낙새·장수하늘소·원앙 등 21종의 천연기념물과 36종의 희귀·특산식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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