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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그 날"임을 숨기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남자가 생리를 한다면? 생리대를 구입할 때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것이고 초경 축하 의식을 거창하게 치를 것이며 생리 중인 남자는 오늘이 "그 날"이라고 자랑하고 다닐 것이다.'

대부분의 여자들 몸에서 한 달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을 왜 창피하다고 여겨야 할까 하는 당연한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된 많은 여자들은 이런 상상을 하면서, 월경과 여성의 몸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여자들은 대부분 월경을 아무도 모르게 처리해야 한다고 배웠고, 생리대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월경 중이라는 것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것은 많은 여자아이들에게 공포로 다가간다.

월경이 불결한 것이라는 이런 의식은 생리대 광고에도 반영되어 왔다. 생리대 광고의 주된 메시지는 '아무도 모르게 하라'는 것이었다. 생리대 광고가 텔레비전에 등장한 것은 5, 6 년 전이다. 그 전에는 생리라는 말이 혐오감을 주고, 공개적으로 듣기에는 거북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방송 광고를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그 말을 별로 거북하지 않게 여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방송 규제가 풀린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때 즈음해서 생리대 광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전의 광고와의 질적인 차이를 처음 보여준 것은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여자들의 평균 월경 주기는 28일이다. 이것은 달의 주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의 크기의 규칙성을 알아차리고 달력을 만든 것은 여성일 것이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밀물과 썰물처럼 내 몸도 달과 지구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월경은 불결한 것이 아니라 신비로운 것이 된다. 소우주인 내 몸 안에서 대우주의 흐름을 따라 또하나의 밀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신비로움을 떠올리게 하는 이 광고는 월경에 대한 아주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했다.

실제로 인터뷰하는 듯한 분위기로 현실의 여자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연출되는 광고도 제법 오랫동안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는 쑥스러워하는 듯 하지만 자신의 월경 경험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를 깼다고 볼 수 있다. 깨끗하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그 상품을 쓰지 않을 경우, 그러니까 원래 월경은 불결하다는 메시지를 여전히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구태의연하지만 말이다.

이와 같이 광고에서 월경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퇴행적인 경향을 보여준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난 좀 더 잘래!"이다. 이 광고에서 안심하고 잠자는 여자와 대비되는 또다른 여자는 자다말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여기서도 월경은 불안하고 불결한 것이다. 이 광고는 전례 없이 직접적으로 여자들의 공포감을 자극하고 있다. 칠칠치 못하게 실수하는 것에 대한 여자들의 공포가 대단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광고는 세련됨의 포기를 대가로 실질적인 광고 효과를 얻었을 법 하다.

월경에 대한 이런 사실적인 묘사가 가능해진 것은 아무래도 사람들이 전철 광고판에서, 텔레비전에서 매일 생리대와 생리하는 여자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인 듯 하다. 생리대를 많이 팔기 위한 광고 전략 덕분에 이제 사람들은 생리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그다지 혐오스러워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최근에 나온 새로운 생리대 광고는 놀랄 만한 것이다. 신나게 DDR을 하고 있는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이렇게 묻는다. "너 '그 날' 맞아?" 물론 이것은 월경 중인 여성은 활동이 부자유스럽고 늘 조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전제하고 있지만 남자친구와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은 새롭기만 하다.

월경에 대한 사람들의 오래된 혐오감을 희석시킬 만큼 엄청난 양의 광고는 생리대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을테니 그리 반갑지만은 않지만, 비싼 생리대를 사는 대가로 월경에 대한 좀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볼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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