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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모두 바뀌는데 대학만 그대로 … 글로벌 교육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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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일 열린 제6회 ‘중앙일보·한국교육개발원 교육포럼’ 참석자들. 왼쪽부터 최미숙 ‘학사모’ 상임대표, 김영길 대교협 회장,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 안재환 아주대 총장. [김형수 기자]


대학생 10명 가운데 8명은 수업 내용이나 과제에 대해 교수와 자주 의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의를 수동적으로 듣거나 교수와 의사소통도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4년제 대학생 2019명을 상대로 학습과정을 조사한 결과다. 4년제 대학이 200개에 달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했지만 교육의 질은 여전히 낮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KAIST 학생 자살 사태를 계기로 대학 교육의 본질이 화두가 되고 있다.

 중앙일보와 한국교육개발원은 3일 ‘한국 대학교육의 현주소와 교육의 질 제고 방안’을 주제로 ‘제6회 교육포럼’을 주최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대학이 사회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교수 승진 심사에 논문 실적은 들어가지만 학생을 잘 가르쳤는지는 반영하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태완 교육개발원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송승철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장. [김형수 기자]


 ▶김태완=대학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은.

 ▶김영길=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상용화하고 경제도 글로벌화되는 등 인류 역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대학만 그대로다. 과거엔 원천기술 없이 선진국을 모방했지만 앞으로는 창조성 배양과 글로벌 교육이 절실하다. 모두 학부 교육에서 가능한 일이다.

 ▶김영배=대기업 매출액의 70~80%가 외국에서 발생한다. 인력도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하다. 문제 해결 능력과 집단 적응력은 대학이 길러줘야 한다. 지력이 뛰어나도 품성이 안 좋으면 조직에 의미가 없다.

 ▶송승철=교수들이 학생의 상담자나 학습 동반자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지식 전달자에 머물러 있다. 수업 스타일을 바꿔 학생이 문제를 찾도록 해줘야 한다.

 ▶최미숙=교수들이 연구하느라 학생을 만날 시간이 없다는데 진짜인지 의문이다. 개인 활동을 많이 해 그런 것 아닐까. 교수들이 마음을 열고 학생에게 다가가야 한다.

 ▶안재환=교수 강의를 녹화해보면 ‘이해됩니까. 혹시 질문 있어요’ 정도의 말만 한다. 학생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유도하는 실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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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호=교과부가 앞장서 변하게 하는 것은 대학 자율에 어긋나므로 잘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는 지원을 강화하겠다. 창의성과 융합적 사고 능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데 학부 교육이 핵심이다. 전공·계열 구분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과학적 사고방식을 접목시킨 교양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김태완=KAIST에서 발생한 잇따른 자살의 원인과 해법을 제시한다면.

 ▶김영길=KAIST가 고등교육에 선도 역할을 해왔고 학교 책임만으로 돌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수들이 연구에만 중점을 둔 것 같다. 교수 평가할 때 논문뿐 아니라 멘토링 등 교육을 얼마나 했는지도 봤으면 좋겠다.

 ▶이주호=대학 전반의 문제가 반영돼 있다. 학생 개인을 배려하고 돌보는 부분이 미약했다. 공부를 열심히 할 동기를 부여하지 않고 무조건 따라오게 하면 아이들의 행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진다. 대학들이 본연의 기능인 교육에 열정을 갖고 매달리지 않았다. KAIST 사태를 계기로 학생들의 고민에 대학이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최미숙=대학은 권한만 크고 학생에 대한 책무성은 떨어진다. 교수들이 지식만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고 사회에 나와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안재환=교수들은 학생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어 대학원생 멘토링제를 운영 중인데 결과가 고무적이다.

 ▶김태완=학생들은 ‘등록금은 비싼데 교육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한다.

 ▶송승철=미국의 작고 좋은 대학들은 학생에게 정성을 쏟는다. 이런 학생들이 졸업 후 후배 멘토가 되거나 기부금을 낸다. 그런 방식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주호=등록금을 올려 대학을 발전시키던 시대는 갔다. 등록금 수준은 이미 높다. 다른 재원을 확보해 대학의 질을 높여야 하기 때문에 정부도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까지 올릴 계획이다. 선진국 대학은 기부금이 많은데 국내 대학은 기부금 비중이 오히려 줄고 있다. 대학 소액기부금 세액공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등록금을 많이 거둬 적립해놓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영배=대학 스스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직원 임금이 교수와 비슷한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정리=김성탁·김민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토론 참가자 (가나다순)

김영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한동대 총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김태완 한국교육개발원장(사회)

송승철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장(한림대 교수)

안재환 아주대 총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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