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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발표일은 슬쩍 제품가격 올리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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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물가 발표일을 노려라-.

 정부의 물가 발표일에 맞춰 제품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잦다. 1년 전보다 4.2% 오른 4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2일 지식경제부는 이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4.8%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식경제부는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단가 인상분 등을 반영해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요금 인상폭은 용도별로 ▶주택용은 4.9% ▶업무·난방용은 2.1% ▶일반용은 4.5% ▶산업용은 7.1% 등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도시가스 소매요금의 경우 취사용은 785.77원/㎥, 개별·중앙난방은 791.22원/㎥로 결정됐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일반 가정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월평균 1130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당초 이달 소비자 요금을 기준으로 7.8%의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물가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가스공사가 예산절감 등 자구노력으로 이번 달에는 5.8%만 올리기로 했다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했다. 도시가스는 원료비 연동제가 적용되는 공공요금이다. 기획재정부 이용재 물가정책과장은 “연동제가 적용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우리가 협의할 수 있는 도매요금 공급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가스요금 인상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농심도 3일부터 주요 스낵제품의 출고가격을 평균 8% 정도 올린다고 2일 발표했다. 인상률은 새우깡 7.7%, 양파링 6.8%, 닭다리 8.3%, 조청유과 8.9% 등이다. 이번 가격 인상은 2008년 2월 이후 3년여 만이다.

 주요 제분업체인 동아원도 1년 전보다 4.7% 오른 3월 소비자물가 발표일인 4월 1일에 밀가루 값을 8.6%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동아원은 2008년 4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품목별로 21~32%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으나 지난해 7월 러시아의 수출금지 조치와 주요 생산국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줄면서 국제 원맥 가격이 50% 이상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동아원 관계자는 제품값 인상을 발표하면서 “국내 통관되는 밀 가격의 상승세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밀가루 가격이 소비자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0.1% 정도에 불과해 알려진 것보다 낮다”고 주장했다.

 CJ제일제당은 3월 생산자물가 발표일인 4월 8일부터 밀가루 값을 8.5~8.7% 올린다고 4월 7일 발표했다. 3월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7.3% 올라 2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가 물가 발표일에 맞춰 가격 인상을 발표하는 것은 비난 여론을 누그러뜨리는 ‘물타기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론이 물가의 오름세를 감안해줄 경우 제품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이해당사자에게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다.

 ◆4월 물가 4.2% 올라=4월 소비자물가는 4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다. 일단 물가 급등세는 한풀 꺾인 셈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2% 올라 3월의 3.3%보다 낮아졌다.

 서민 체감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생선·채소·과실류 등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7% 오르며 11개월 만에 상승률이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신선식품지수는 전월 대비로 3.8% 떨어졌다. 말 많던 정유사 기름값 특별할인도 물가당국의 부담을 덜어 줬다. 정유사의 할인으로 기름값은 오피넷 기준으로 L당 60원 정도 떨어졌다. 덕분에 석유제품 가격은 1.6%포인트 떨어졌고 소비자물가도 0.1%포인트 떨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재정부는 추정했다.

 정부는 5월 이후에도 물가 상승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불안한 중동 정세 탓에 국제유가가 더 오를 수 있고, 국제원자재 가격도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가공식품과 외식비 등의 가격불안도 여전하다. 외식비는 원·부자재 값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올 들어 급등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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