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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직원 음성녹음 봉사 나서 장애인도 책·신문 청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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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강완식 시각장애인연합회 기획실장이 보이스 오버(화면에 있는 문자를 음성으로 바꿔주는 기능)를 활용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터치 패드’가 기본인 스마트폰. 시각장애인들은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까. 강완식(34·사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기획실장은 “스마트폰이야말로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물꼬를 튼 건 애플 아이폰이다. 지난해 미국의 시각장애인 오스틴 세라핀은 자신의 블로그에 ‘아이폰과 함께한 나의 첫 일주일’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아이폰의 ‘보이스 오버’ 기능을 사용해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세라핀은 색상의 이름을 알려주는 ‘컬러 아이덴티파이어’라는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으로 해 지는 저녁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처음 느꼈다며 이를 “생애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했다.

 세라핀처럼 국내에도 아이폰을 사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이 꽤 많다. 강 실장은 그 저변을 더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최근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복도서관’ 앱 개발을 시작했다. SK텔레콤 직원 120여 명과 콜센터 직원 150여 명은 이달 초 음성녹음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이 내용을 스마트폰에서 들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다. 강 실장은 이 앱을 시각장애인들이 쓰기 편리한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도록 조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이 앱을 활용하면 아이폰뿐 아니라 갤럭시S2처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한 스마트폰으로도 책이나 신문·잡지의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이 책을 읽으려면 지금까지는 점자책을 이용하거나 내용을 음성으로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나 CD를 구입해야 했다. 스마트폰 앱이 개발되면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강 실장은 약시다. 눈 바로 앞에 있는 사물만 어렴풋이 인식할 수 있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고열을 앓은 뒤 시력을 잃었다. 초·중·고등학교는 맹학교를 다녔고 대학에선 문헌정보학을 전공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점자책으로 컴퓨터를 배워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프로그램을 짰다. 컴퓨터를 직접 조립하거나 시각장애인용 웹사이트를 만든 경험도 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 가운데는 의외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많다. IT 기술 발전이 가져다주는 변화를 시각장애인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용 앱 가운데 80% 이상은 시각장애인들이 쓸 수 없다. 그는 더 많은 앱을 시각장애인들이 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가 모바일 접근성 평가를 진행 중인 것도 그 때문이다. 모바일 접근성이란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다름없이 특정 앱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에 보이스 오버 기능을 넣은 것도 미국 내 시각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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