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수오 등 갱년기질환 개선 물질 FDA 승인 … 세계 전문가들이 술렁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미국 회사도 받기 힘든 승인을 아시아에서 받았다던데, 도대체 누구냐.” 지난해 10월 1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원료성분전시회(Supply side show)’.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등에 공급되는 원료를 소개하는 자리로 58개국 8500여 명의 관계자가 몰렸다.

 그 가운데 미국 건강기능식품업계를 선도하는 나우푸드 연구개발 책임자 마이클 레아 박사가 들뜬 표정으로 내츄럴엔도텍 김재수(48·한국바이오벤처협회 이사) 대표를 찾았다. 한국 토종기업인 내츄럴엔도텍이 행사 하루 전인 18일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건강기능신소재(NDI, New Dietary Ingredient)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그는 “매년 700~800개 성분이 허가 신청을 내지만 승인 받는 것은 단 2~3개뿐”이라며 “대단하다(Awesome! Great!)”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내츄럴엔도텍이 받은 건강기능신소재는 백수오를 포함한 속단·당귀 추출물. 이들 약용식물이 여성갱년기 질환을 개선한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당시 허벌라이프·뉴트리라이트 등 관계자들도 “도대체 어떤 물질이냐” “승인은 어떻게 받은 거냐”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16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국제약학연맹(FIP) 학술대회에 초청돼 ‘천연물 유래 제품을 개발하고 효능을 검증한 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25일 김 대표를 만나 NDI 승인의 의미를 들었다.

-어떤 물질로 어떤 효능을 인정받았나.

 “백수오·속단·당귀 등은 우리에게 익숙한 생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공전에 안전한 원료로 등재돼 있다. 넝쿨식물인 백수오는 하수오·백하수오·은조롱 등으로 불리며 자양강장용으로 쓰였다. 조혈작용이 뛰어나 빈혈과 여성의 생리불순·자궁염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여성에서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작용을 해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부터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하고, 지난해 5월 식약청의 개별인정도 받았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됐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NDI 승인은 안전성과 기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과학적 근거를 중시하는 미국 FDA를 통과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신소재 개발 기업들엔 새로운 기회다. 세계적인 건강기능식품회사가 관심을 보이고 대량수출로 이어진다. 실제 백수오에 러브콜이 쇄도했다. 내츄럴엔도텍은 나우푸드·GNC·내이처스웨이·비타민숍·월그린 등 세계적인 건강식품회사와 수출계약을 했다. 또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마트 체인점과 홈쇼핑과도 공급계약을 했다. 국내기술로 개발된 천연물 신소재가 미국 FDA 허가를 받고 해외 수출로 연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FDA의 NDI 승인에 도전한 계기는.

 “ 신소재를 개발하는 회사가 국내에만 1000여 개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 FDA에서 어떤 자료를 요구하는지 잘 아는 전문가가 없다. 국내 식약청 개별인정만 받고 그치거나 해외에서 개발된 원료를 수입하거나 복제한 까닭이다. 한국은 예부터 약초 지식이 뛰어난 나라다. 안타깝게도 현대 천연물 시장에선 후진국으로 전락했다. 대한민국이 천연물 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

 -승인 과정이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6년간 거절당했다. 미국 FDA는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는다. 거절당할 때마다 실험을 추가해 독성·동물·임상실험만 총 13번을 했다. 갱년기 질환과 관련해 의심되는 모든 안전성 실험을 했다. 한국에서 진행한 실험 결과를 신뢰하지 않아 미국 의료기관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갱년기의 12가지 증상 중 10가지가 개선된다는 임상결과도 다시 냈다.”

 -식물추출 물질이 합성물보다 안전한가.

 “갱년기 치료에서 걱정되는 건 유방암과 자궁내막암 발생이다. 약물이 체내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하면 생식기 세포를 만들어 낸다. 나이 들어서는 암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FDA가 여성호르몬제에 경고문구를 넣는 이유다. 이는 에스트로겐 자체의 단일 화합물이라 수용체와 결합한다. 반면 복합 추출물인 백수오는 결합구조가 생기지 않는 게 입증됐다.”

  이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