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도 헤지펀드도 파국은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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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북한의 핵 실험 가능성, 미국의 헤지펀드 파산 위기 등 증시를 뿌리째 뒤흔들 만한 대형 악재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지수가 힘을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파국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종합주가지수는 4월 말부터 910~930선을, 코스닥 지수는 420대 후반을 맴돌고 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구안옹 사장은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으나 각국이 합리적인 사고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극도의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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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1998년 5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실험은 두 나라 증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인도는 핵실험 이후 5개월간 주가 지수가 29.9% 하락했고, 파키스탄은 두 달 만에 주가 지수가 반 토막(-46%) 났다.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강행하면 국내 증시도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인도와 북한의 차이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도 등의 핵실험은 갑작스럽게 실시된 반면 북한의 핵 실험 가능성은 오랫동안 노출돼 왔다. 또 파키스탄.인도는 서로 적대 관계에 있어 전쟁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북한은 핵실험을 정치.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적 불안감과 달리 지금까지 북한 문제는 증시에 단기적인 충격을 주는데 그쳐왔다. 오히려 경제 상황이 좋은 시점에선 북한 문제가 터지면 주가가 단기 급락후 상승하는 형태를 보여 매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결정을 할 경우 관련 국가 어디에도 실익이 없기 때문에 긍정적인 합의가 나오거나 현재의 교착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메리츠 증권의 윤세욱 이사는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이 작기는 하지만 위안화 절상 문제, 세계 경제 침체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 단기적으로 지수가 90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의 이남우 리서치센터장도 "한국 증시에 아직 북핵 문제 관련 위험이 본격 반영되지 않고 있지만 향후 위험이 점차 고조될 수 있다"며 방어적 투자를 권했다.

◆헤지펀드 파산설=미 제너럴모터스(GM)의 신용도가 투기 등급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GM채권에 투자한 헤지펀드들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두 달간 주요 헤지펀드 관련 지수의 월간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98년 9월 러시아 모라토리엄으로 인해 순자산 40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 LTCM이 파산해 홍역을 앓았던 경험도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GM이 파산 상태로까지 추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 신흥개발국 채권의 가산금리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헤지 펀드 파산설은 불안한 시장 심리의 반영일뿐 현실화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세중 동원증권 연구원은 "주의 깊게 시장을 살펴야겠지만 단기 흐름에 좌우되지 말고 약세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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