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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내부자 거래 의혹, 버핏이 직접 해명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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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워런 버핏의 후계자로 물망에 오르던 데이비드 소콜이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회사를 떠났다. 소콜이 자동차 윤활유 업체인 루브리졸 주식을 미리 사들인 뒤 버핏에게 인수합병(M&A)을 종용해 300만 달러의 차익을 얻었다는 것이다. 버핏은 소콜의 퇴임을 발표하면서도 “불법은 아니었다”고 감쌌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는 30일 4만 명이 참석하는 주주총회를 열었다. 주총을 불과 며칠 앞두고 버크셔의 감사위원회는 이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소콜이 버핏과 회사를 기만했으며 소콜에 대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강한 어조로 소콜이 회사 윤리규정과 내부자 거래 관련 정책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이 지난 3월 말 이전에 이사회에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이때는 버핏이 보도자료에서 소콜이 회사에 특별한 공헌을 했다고 밝힌 시점이다. 소콜의 변호사에 따르면 버핏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소콜이 루브리졸의 주식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평소엔 무심코 넘기던 사안을 막상 일이 터지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건 엄격해진 정도가 아니라 판단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한 달 전 괜찮다고 했던 행위가 이제는 비난의 대상이 됐다. 처음부터 버핏이 소콜의 규정 위반을 비난하기는커녕 두둔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미 회사를 떠난 사람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 씌우고 덮어버릴 문제가 아니다.

차제에 버크셔라는 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수년 동안 버핏의 변덕스러운 경영 스타일은 오히려 강한 리더십으로 칭송을 받아왔다. 26만 명을 고용한 2000억 달러짜리 기업을 버핏 혼자 경영할 수는 없다. 한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클수록 한 사람이 실수하면 전체가 잘못될 위험도 커진다. 어쩌면 소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주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는 버핏의 후계자다. 오늘이라도 버핏이 사라진다면 누가 회사를 경영할 것인가. 소콜 사건은 버핏의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그리고 버핏의 사람 보는 눈과 경영 스타일, 내부통제·위험관리 등과 관련해 커다란 문제점을 노출했다. 임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책임, 이사회 구성 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버핏은 앞으로 걸어 나와 공개적으로 해명해야 한다. 만일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후계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흔히 위대한 드라마는 성공-좌절-재기로 이어진다. 지금은 고통스러운 좌절의 시기다.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버핏이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버핏이 솔직하면 솔직할수록 주주들은 이해하고 마음을 놓게 될 것이다. 그러면 버핏 자신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앨리스 슈로더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버핏 전기 『스노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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