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계 다시 그리고 현금으로 정산도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지적제도는 국가가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국민에게 서비스를 지원하는 국가의 기본자산이다. 본래 조세 징수의 목적에서 제도화된 지적은 국가가 토지자원을 관리하는 요소이며 토지소유권과 그 토지 위에 설정된 권리를 보호하는 도구다. 지적제도의 목적은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적공부가 정비된 때만 달성될 수 있다.

지적은 토지의 위치정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적은 일본의 식민통치기인 1912년 조선토지조사령에 의해 전 국토를 대상으로 실시된 지적조사의 결과물이다. 지적선진화사업은 일제시대에 도쿄를 지적원점으로 해 작성된 기존 지적을 극복하고 세계측지계로 전환된 새로운 지적공부 정비를 내용으로 한다. 이 사업이 추구하는 새로운 지적공부 작성은 45년 정치적 해방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본 식민통치의 유산으로 남아 있는 지적제도의 해방과 자주를 선언하고 국가 자존심을 회복하는 의미를 가진다.

전체 국토를 대상으로 하는 전면적인 지적조사가 시급하다. 그러나 일제 잔재의 작별과 실질적인 지적의 독립 및 자주화 선언만으로는 막대한 시간과 노력, 엄청난 국가 예산 지출을 요구하는 지적선진화사업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지적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결정적 원인은 현행 지적공부가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개인의 권리 보호에 미흡하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지적제도를 개편한 세계 각국의 사례에서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토지에 대한 권리보호가 지적 재조사의 주된 목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지적이 작성된 뒤 100년이 지난 지금 지적공부의 노후화와 멸실, 지형과 토지 이용 관계의 변화로 지적공부의 토지 관계와 현재의 토지 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이른바 지적불부합지 문제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정도가 됐다. 이로 말미암아 토지 경계를 둘러싼 법률 분쟁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격증하고 있다.

현재 지적불부합지는 국가 전체 필지의 14.9%로 집계되며, 시간 경과에 따라 그 비율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통계 조사에 따르면 연간 900여억원이 토지 경계 재측량비용으로 지출되며 경계 확정에 관한 분쟁 판단을 위한 기회비용이 최대 연간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적 정보의 오류로 발생하는 토지 분쟁 비용을 국민에게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지적선진화사업은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국가적 사업이다.

지적조사는 국민 모두를 위한 공익적 성격의 사업인 동시에 개인의 소유권 관계를 비롯한 사법적인 성격을 함께 가지는 행정행위다. 자유시장경제를 기본 질서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지적제도는 사유재산,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하는 재산권의 안정과 운영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정확하고 단순화된 지적체계의 도입과 시행은 국민에게 친절한 선진국가 행정을 구현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최선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지적선진화사업은 지진·해일 등과 같이 기존의 도해지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국가 재난사태에 대비하고 장기적인 국가발전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지적선진화사업으로 축적된 경험과 성과는 우리의 소중한 국가자산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장래 통일의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지금이 우리가 힘을 모아 함께 ‘우리의 지적’을 준비해야 하는 바로 그때다.

강갑생 기자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