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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재·보선 이후 민주당이 채워가야 할 2%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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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승리하고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특히 ‘천당 아래 분당’이라 불리던 한나라당 텃밭에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외면당한 건 충격적이다. 분당을 후보로 나섰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이 환호성을 지를 만하다. 이번 승리로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했다. 야권연대의 위력도 보여줬고 민주당이 집권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줬다.

하지만 민주당이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건 한나라당이 미워서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해온 정부와, 민생은 도외시한 채 계파 간 권력 다툼에만 혈안이 된 한나라당에 대한 성난 민심의 표출이었던 건 맞다. 하지만 분당을 유권자 가운데는 한나라당이 지금 정신 차리지 않으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우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민주당을 찍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민주당이 51% 지지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정부와 한나라당을 외면한 표심을 계속 민주당 지지로 잡아두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뭐든지 반대만 하는 당’이란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정부 여당의 정책이 잘못됐더라도 국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통해 설득하고 비판하고 동의를 모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과거에 했던 대로 걸핏하면 물리력을 동원하고 떼쓰기에만 몰두한다면 국민은 금방 등을 돌릴 것이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은 당초 합의와 달리 4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민주당이 재·보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지난달 29일 본회의 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보완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앞으로도 승리감에 젖어서 사사건건 정국을 충돌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북정책에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북한의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마지못해 비난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안 된다. 북한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국민으로 하여금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밀어붙일 때와 후퇴할 때가 있다. 햇볕정책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안보보다 정치적 입장을 앞세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옳지 않다.

선거가 끝난 뒤 손학규 대표와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아우르는 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것도 쉽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를 축하한다. 하지만 국민이 민주당으로부터 부족하다고 느끼는 2%를 충족시켜야 내년 총선에서든 대선에서든 또 한번의 환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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