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연료봉 인출한 북한] 8, 9월께 재처리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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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5㎿e 원자로에서 8000개의 '사용후 핵연료봉' 인출을 끝냈다고 11일 발표했다. 다음 차례는 사용후 핵연료봉을 일정 기간 냉각수에 저장했다가 재처리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사용후 핵연료봉 처리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다. 사용후 핵연료봉을 모두 인출하는 데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었다. 그런데 북한은 지난 3월 31일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지 불과 한 달 반 만에 인출작업을 끝냈다.

국방부 관계자는 "원격조종되는 크레인으로 사용후 핵연료봉을 원자로에서 꺼내고 다시 새 연료봉을 집어넣는 작업은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북한의 작업 속도를 보면 하루 24시간 작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압으로 작동하는 원격조종 크레인은 자주 고장을 일으킨다고 한다. 북한이 8000개 가운데 일부만 인출하고 모두 교체한 것처럼 과장해 발표했을 수도 있다.

재처리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사용후 핵연료봉의 냉각이다. 원자로에서 곧바로 꺼낸 사용후 핵연료봉에서는 강력한 방사능이 나오고 뜨겁다.

사용후 핵연료봉을 물속에 넣어두면 방사능이 물에 흡수된다.

이 사용후 핵연료봉은 원자로에서 꺼내지자마자 지하통로를 통해 수조로 옮겨진다. 위성사진으로 보기엔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봉 저장시설인 이 수조가 떨어져 있는 건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모두 이어져 있다.

냉각기간은 일반적으로 3~5개월 걸린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의 작업속도로 볼 때 다소 위험부담을 안고 3개월 이내로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은 8월 중순께 이 사용후 핵연료봉을 같은 영변 핵단지 안에 있는 방사화학실험실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방사화학실험실은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재처리 시설로 원자로가 위치한 곳에서 구룡강 건너 2~3㎞ 남쪽에 있다. 북한은 사용후 핵연료봉을 방사능 차폐장치가 된 특수차량에 실어 나를 전망이다.

북한이 50t가량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모두 용매추출법(purex)으로 재처리하는 데는 5개월~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5층 높이에 길이 180m인 방사화학실험실을 24시간 완전 가동할 경우 매일 375㎏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50t을 모두 처리하는 데 133일이 소요된다. 하지만 재처리하는 장치인 핫셀 속 로봇팔을 원격조종하는 기계에 고장이 나면 이보다 더 지체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올 8~9월께 재처리를 시작해 일러도 내년 초 또는 여름께 완료, 8~11㎏의 플루토늄(Pu-239)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북핵전문기관인 미국 몬트레이 연구소는 추정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북한은 지금까지 축적한 플루토늄 15~35㎏을 더해 핵무기 5~10발 분량인 23~46㎏을 확보하게 된다. 북한이 올 여름에 핵실험을 할 경우 내년에는 소규모 핵 보유국이 될 수 있다.

◆ 용매추출법=질산에 사용후 핵연료를 녹인 뒤 침전되는 플루토늄만 추출하는 재처리 방법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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