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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생활 경험 살린 온 가족의 영어 나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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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동작구의 한 복지관에서 강동우군 가족이 자원봉사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오늘은 영화 토이스토리를 보여주면서 애들한테 미국의 벼룩시장 문화를 설명할거야”라고 아버지가 말한다. 자료를 꼼꼼히 살피던 아들이 “이 장면은 벼룩시장 장면이 아니라 기부하는 장면이예요”라고 핀잔을 준다.

지난 22일 오후 5시 서울 대방동의 강동우(15·삼육중 3)·민정(13·숭의여중 1) 남매네 거실에는 또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매주 금요일마다 근처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영어수업을 미리 점검하는 중이다. 가족끼리 도란도란 의견을 나누다보면 오늘처럼 웃음보를 터뜨리기 일쑤다.

동우군 가족은 지난해 1월부터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봉사를 하고 있다. “미국에 있을 때 친구들이 영어를 가르쳐줘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동우군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동우군 가족은 공직에 있는 아버지 강한태(42)씨의 연수 과정으로 2003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에 5년간 거주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미국에서 양로원과 고아원을 다니며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 봉사를 했다. 어머니 김향순(41)씨는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해 오하이오 주지사가 주는 자원봉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귀국 후 처음에는 대전 가수원도서관에서 6개월간 영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고, 서울로 이사 온 뒤엔 올 3월부터 동작구의 한 복지관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이날 오후 7시에도 어김없이 복지관 수업이 열렸다. 10명의 초등학생들이 눈을 반짝이며 동우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 네 명이 한 코너씩 맡아 가르치는 동우군 가족의 영어수업은 생생한 경험과 눈높이 내용이 결합돼 있어 인기가 많다. 특히 민정양이 진행하는 ‘나는 무엇일까요’는 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코너다. 민정양이 재미있는 몸동작과 함께 사물을 영어로 묘사하면 답을 말하는 방식이다. “내가 설명했을 때 아이들이 답을 맞추면 제일 보람있어요”라고 민정양이 웃으며 말한다. 민정양은 동시통역사가 꿈이기도 하다.

이어 동우 군이 ‘이건 영어로 어떻게 말해요?’ 코너를 진행한다. 한 아이가 “‘우윳빛깔 강동우’는 영어로 어떻게 말해요?”라고 묻자 당황해 하던 동우군은 곧 웃으며 친절하게 답해준다. 동우군은 마약방지캠페인, 음악봉사 등의 활동을 바탕으로 2010 APEC주니어회의에는 한국대표로도 참석했다. “나중에 환경전문 과학자가 돼 진짜 제대로 된 봉사를 하고 싶다”는 동우군이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이 남매의 팔과 다리에 매달려 장난을 친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어머니 김씨는 “사실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훨씬 많아서 봉사라고 말하기 좀 부끄럽다”며 “온 가족이 모이는 금요일이 정말 즐겁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성민 행복동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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