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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학습 특집 학원식 자기주도학습관 효과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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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자기주도학습관이 유행이다. 일방적 강의식 학원 수업대신 학생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길러주겠다는 취지다. 대형 학습지 업체도 다양한 명칭을 내세워 학원식 자기주도학습관을 개설했다. 현장을 찾아가 장·단점을 살펴봤다.

#1. “선생님이랑 아까 풀었던 문제의 공식을 떠올려봐, 내항곱과 외항곱이 같다고 했지?”

 “아, 이제 다시 기억났어요.”

 20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한 수학 전문 자기주도학습관. 독서실처럼 개별 책상이 놓여진 공간에서 대여섯 명 남짓 되는 초등학생들이 컴퓨터 모니터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모니터에 떠 있는 문제는 다르다. 진도는 같아도 학생 수준에 따라 기본·심화로 나눠진 문제를 각자 풀어나간다. 한 문제를 틀리면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자동으로 검색돼 10문제를 추가로 풀게 된다. 류지훈(서울 원촌초 6)군은 이곳에 다닌지 4개월 만에 수학성적이 무려 40점이나 올랐다. 40점대에 머물렀던 점수를 80점대로 끌어올린 것이다. 류군은 “유독 약했던 분수 개념을 집중적으로 익힌 뒤 성적이 훌쩍 올랐다”고 말했다.

#2. 올해 중학교 1학년인 김모(경기도 안양시 평촌동)양은 초등 6학년이던 지난해 집 근처 자기주도학습관을 다녔지만, 4개월 만에 그만뒀다. 성적이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양은 매일 강의식 수학수업을 두 시간 가량 듣고 난 뒤 빈 교실에 남아 선생님이 짜주는 계획에 따라 문제를 풀어야 했다. 문제를 다 풀기 전에는 귀가할 수도 없었다. 평소 수학에 흥미가 없었기 때문에 정해진 분량을 소화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매일 4시간 이상 자기주도학습관에 묶여있다 보니 집중력도 떨어졌다. 결국 첫 중간고사에서 수학성적이 10점이나 떨어진 뒤 다른 학원으로 옮겼다.

공부습관 키워주지만 수동적 시스템 문제

 최근 1년새 학원식 자기주도학습관이 대거 등장했다. 방문학습을 위주로 운영하던 대형학습지 업체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업체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튼튼영어는 지난해 7월 마스터클럽을 오픈해 전국 200여개 지점을 운영중이다. 윤선생영어교실은 전국 1000여 개의 윤선생영어숲을, 웅진씽크빅은 수학전문 아이룰 학습관을 시작했다. 대교도 눈높이러닝센터를 전국 500개 지점에 개설했다.

 운영방식은 유사하다. 학생이 치른 사전 테스트 결과로 6개월부터 1년까지 개인별 맞춤식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독서실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매일 정해진 범위의 인터넷강의를 시청하고 학습지 문제를 푼다. 문제를 풀면서 막히는 부분은 상주하는 강사가 즉석에서 함께 풀어준다. 튼튼영어 마스터클럽 강남개포센터 이세라 원장은 “학습지를 미루는 아이에게 매일 규칙적으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적극성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웅진씽크빅 아이룰 잠실학습관 박종오 원장은 “맞춤식 목표와 분량이 있기 때문에 재미를 붙여 누가 시키지 않아도 3시간씩 공부하고 가는 학생도 있다”며 “강의식 수업과 공부방 형식의 장점만 따온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최근의 자기주도학습관은 대부분 공부기술 관리에만 중점을 두고 있어 어린 학생들의 경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잘못된 자기주도학습이 내 아이를 망친다』 저자 엄연옥씨는 “초등 3학년 이하의 어린 학생은 자기주도학습을 익히기보다는 공부의 호기심을 키워야 한다”며 “공부습관을 잡아준다는 명목하에 무리하게 학습을 강요하면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의식 수업을 하는 학원에서 독서실처럼 꾸민 자습공간만 마련해두고 자기주도학습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곳도 적지 않다. 엄씨는 “자기주도학습이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비전문가가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3개월 남짓 배운 뒤 간판을 거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학원식 자기주도학습관에 추가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기부여부터 공부계획까지 학생이 직접 설계하는 과정이 빠져 있어 결과적으로는 수동적 학습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자기주도학습전형지원 특임센터 박효정 소장은 “자기주도학습은 학생이 스스로 시간을 분석해 학습계획을 세워 실천한 뒤 자체 피드백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자기관리기술이 부족한 초등학생 때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고학년으로 진급할수록 학원의 커리큘럼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계획을 짜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초등 저학년은 행동조절력이 부족해 자기주도학습을 효과적으로 익히기 어려운 시기다. 체계적인 시간관리연습과 동기유발전략이 필요하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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