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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80년대는 이념과 서정 90년대엔 경제와 문화…베스트셀러의 뒷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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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베스트셀러 30년
한기호 지음, 교보문고
464쪽, 1만8000원

베스트셀러는 30년 전부터 공식 집계됐다. 1981년 문을 연 교보문고가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이 우리 시대 책의 흐름을 살펴본 『베스트셀러 30년』을 펴냈다. 주요 사회적 사건을 책의 배경으로 곁들였다는 점에서 일종의 ‘베스트셀러 사회학’이다. 베스트셀러가 사회의 변화, 혹은 시대정신과 어떤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만들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등 10년 단위로 시대를 구분했다. 연도별 베스트셀러 10권을 각각 소개하며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보탰다.

 한국 출판 역사상 첫 공식 밀리언셀러는 김홍신 소설 『인간시장』이다. 81년 첫 출간돼 2년 만인 83년 가을 100만 부를 돌파했다. 의협심이 강한 주인공 청년이 온갖 사회악에 대항하며 ‘현대판 홍길동’으로 활약하는 모습에서 많은 독자가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한다. 광주민주화운동 이듬해인 1981년 베스트셀러 목록에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포함돼 있다. 컴퓨터의 생활화를 내다본 30년 전 예측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80년대를 ‘역사성의 시대’로 본다. 황석영의 『장길산』, 조정래의 『태백산맥』, 김주영의 『객주』, 이병주의 『지리산』, 홍명희의 『임꺽정』, 박경리의 『토지』 등 대하 역사소설이 쏟아졌다. 비판적 이념 성향의 작품은 대중이 정치적 각성을 하는 ‘역사 교과서’ 역할을 했다. 이념의 열풍 속에서 서정윤의 『홀로서기』,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같은 서정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등 이문열의 소설이 상종가를 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90년대엔 이념 지향의 책이 퇴조하는 대신 경제서와 과학서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같은 자기계발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답사여행의 새 흐름을 주도했다. 공지영·신경숙·은희경 등 젊은 여성 작가들이 문단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선 『해리포터』 『다빈치 코드』 등 외국책이 거의 시차없이 국내에 번역돼 인기를 끄는 현상이 느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목록에 따르면 30년 동안 두 해 이상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은 『소설 손자병법』(1984·1986), 『홀로서기』(1987·1988),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1990), 『시크릿』(2007·2008) 4권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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