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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한복판에 밖이 훤히 보이는 투명 화장실 '공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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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기본적인 목적은 편하게 용변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집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에 있죠. 그러나 위 사진의 여성은 들어가기를 주저합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화장실 안에서 보니 밖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잘 보이는군요. ‘누군가 지켜보면 어쩌지’하는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게 밖이 훤히 보이는 ‘투명 화장실’이 세계 곳곳에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과감하게 이용할 용기가 있습니까?

#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모니카 본비치니(Monica Bonvicini)의 작품입니다. 밖에선 내부가 안 보이고, 내부에서만 밖이 보이는 거울을 사용했습니다.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 맞은편에 있는데, 1800년대 호주로 이송되기 전 죄수들이 대기했던 밀뱅크 교도소 자리입니다. 작가는 당시 교도소를 지은 건축가 제레미 벤덤(Jeremy Bentham)이 간수가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죄수를 감시할 수 있도록 원통형 감시탑을 설치했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합니다.

런던 시민은 “거리 한복판에 앉아서 가장 원초적 행위를 한다는 생각은 엽기적”이라고 질겁했습니다. 이에 작가는 “볼일을 보면서도 거리에서 벌어지는 일을 빠짐없이 구경하라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말대로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안팎의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는 이 화장실은 실용성이 없어 보입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거울로 자신의 용모를 이리저리 살펴본다고 하니 긴장해서 용변을 제대로 볼 수 없겠네요.

# ‘투명 변신 화장실’도 있습니다.(아래 영상) 디자인 업체 ‘올룸’의 작품으로 스위스 로젠에 있습니다. 공중 화장실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즉 화장실 문을 열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위생 상태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유리에 전기가 흐르면 불투명하게 바뀝니다. 밖에서 버튼을 누르면 벽이 투명해져 내부가 훤히 보입니다. 사용자가 안에 들어가면 외벽이 불투명해집니다. 또 일정 시간 동안 내부에 움직임이 없으면 다시 투명해집니다. 혼자서 너무 오래 독점(?)하는 것을 막고 혹시 생길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네티즌들은 “볼일을 보다가 갑자기 고장 나서 투명해지면 어떡하지…”라며 걱정합니다.

# 제주시 한경면 유리 테마공원인 ‘유리의 성’(www.jejuglasscastle.com) 정원에도 투명 화장실이 있습니다. 이곳은 가까이서 보면 내부가 살짝 보이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안 보이는 특수 유리를 사용했습니다. 다행히 사람이 많은 대로변은 아니지만, 실제 이용 중에 신혼부부가 호기심에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봐 적잖이 당황했다는 이용자의 후기도 있네요. 무대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심영규 기자 s09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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