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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저커버그, 당신 같은 사람이 세금 더 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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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에서 열린 ‘가상 타운홀 미팅’에서 네티즌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사회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오른쪽)였다.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오후 2시(현지시간) 캘리포니아 팰로앨토에 있는 페이스북 본사를 찾았다. 소셜미디어의 대표 주자를 활용해 재선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시간 소통 채널인 ‘페이스북 라이브’를 활용해 ‘가상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타운홀 미팅’은 미국판 국민과의 대화다. 미국에서 정치인들이 지역 주민들을 초대해 정책이나 주요 이슈를 설명하고 유권자 의견을 듣는 비공식 공개회의다.

 이날 대화는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27)가 질문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장에는 페이스북 직원과 지역 유지 등 10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캘리포니아를 지역구로 하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와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론 콘웨이 등도 참석했다.

 저커버그는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이날 대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경제와 이민·의료보험 등에 관해 주로 물었다. 마리화나 합법화나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 등은 질문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행사를 시작하면서 “내가 바로 마크(저커버그)에게 정장을 입게 하고 넥타이 매도록 한 사람”이라고 말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저커버그는 공개석상에서도 정장 대신 후드티를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저커버그는 행사가 끝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페이스북 로고가 들어 있는 후드티를 선물했다. 반전의 묘미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급증하는 재정적자와 관련해 “나와, 솔직히 말해 당신(저커버그)과 같은 사람들이 세금을 좀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저커버그가 “동의한다”고 즉석에서 화답했다. 이어 오바마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해 웃음을 이끌어 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민법 개혁을 말할 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시넷은 전했다. 오바마는 “많은 교육을 받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그들을 환영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보내야겠느냐”며 “그들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람들”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오바마는 “건강보험 개혁과 두 명의 여성을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한 일 등이 주요 업적”이라면서 “2008년 대선을 승리로 이끈 젊은이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슈들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페이스북엔 찬반 코멘트가 쏟아졌다.

 백악관은 페이스북 타운홀 미팅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질문을 미리 받았다. 마리화나 합법화 등 대중의 흥미를 끄는 이슈에 질문이 집중될까 봐 ‘대통령의 답변을 듣고 싶은 질문’을 두고 온라인 투표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도 저커버그가 사회자로 나서 부시 전 대통령과 대담했다. 대화 장면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방송됐다. 또 2004년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나선 존 케리(민주당) 상원의원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도 ‘페이스북 라이브’에 출연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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