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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과학의 미답지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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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갈릴레이-케플러-뉴턴. 근대과학의 실마리를 풀어낸 사람들이다. 이들은 천체의 운행을 연구했다. 자연현상 가운데 인간 자신에게서 가장 먼 것이다. 자연을 인간에게서 떼어놓고 보는 근대과학의 전통은 그 시작에서부터 분명했다.

뉴턴의 ''프린키피아'' (1687) 를 근대물리학의 출발점으로 본다면 근대화학의 출발점은 1백여년 뒤 라부아지에의 ''화학원론'' (1789) 일 것이고 근대생물학의 출발점은 다시 70년 뒤 다윈의 ''종의 기원'' (1859) 일 것이다.

그리고도 40년이 지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1899) 이 나올 무렵에야 인간의 정신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시작됐다.

왓슨과 크릭이 1953년 DNA 구조를 밝힘으로써 생명현상이 정밀과학의 영역에 편입됐고, 그에 따라 지금은 인간의 복제까지 내다보게 됐다.

그러나 생명현상의 원리에 접근해 갈수록 신비스러울 정도의 복잡성이 과학자들을 놀라게 한다. IBM이 차세대 슈퍼컴퓨터 개발을 위해 출범시키고 있는 ''블루 진(Blue Gene) '' 계획이 가장 흔한 생명현상의 하나인 단백질 형성과정을 밝히는 데 목표를 두고 있을 정도다.

정신현상은 생명현상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영역이다. 정신현상을 계량적으로 탐구하는 분야로서 신경과학은 근년 폭발적으로 팽창해 왔다. 신경과학계의 로비에 따라 1990년 미 의회가 90년대를 ''두뇌의 10년'' 으로 공식 지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두뇌의 10년'' 이 끝난 지금 신경과학자들은 두뇌의 연구가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연구가 깊어질수록 오랫동안 믿어온 통설이 뒤를 이어 무너져가는 반면 새로운 패러다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무너지고 있는 통설의 대표적인 예가 좌뇌(左腦) 와 우뇌(右腦) 의 구분이다. 좌뇌가 감성을, 우뇌가 이성을 담당한다는 학설은 1960년대부터 유행해 교육계에까지 적지않은 영향을 끼쳐 왔다.

그런데 뇌의 절반을 절제한 경우 남은 절반이 양쪽 기능을 모두 맡도록 발달하는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가장 충격적인 변화는 뇌세포 역시 신체의 다른 부분처럼 계속해 생성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최근 연구추세다. 출생 후 두뇌성장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 네트워크의 형성일 뿐이며 뇌세포 자체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종래의 통념이었다.

그러나 여러 각도에서의 연구가 이 통념을 뒤집어놓고 있다. 두뇌의 물질적 원리에 대한 기본 시각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1981년 노벨상을 받은 신경과학자 토스틴 위즐은 ''두뇌의 10년'' 지정을 반대했다. 겨우 걸음마단계에 있는 신경과학이 10년 정도 기간에 획기적 성과를 바라본다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연구활동 복귀를 위해 라키펠러대 총장직을 얼마 전 사퇴했다. 인간정신의 연구가 이제 궤도에 올라 ''두뇌의 세기'' 가 열릴 것을 예감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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