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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된 라울 카스트로 “집·자동차 거래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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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피델 카스트로(왼쪽)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19일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공산당 당대회에서 당 제1서기직을 동생 라울에게 물려준 뒤 동생의 손을 치켜들고 있다. [아바나 로이터=연합뉴스]

쿠바 공산당이 46년 만에 권력 교체를 이뤄 냈다. 공산혁명을 이끈 피델 카스트로(Fidel Castro·84)가 당 제1서기에서 물러나고 막내 동생 라울(80)이 승계했다. 이로써 라울은 2008년 피델로부터 물려받은 국가평의회 의장에 이어 공산당 제1서기까지 겸하게 돼 명실상부한 최고권력자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그가 추진해 온 경제 개혁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제6차 당대회 마지막 날인 19일(현지시간) 쿠바 공산당은 라울이 입안한 300여 건의 경제 개혁 조치도 통과시켰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개혁안에는 1959년 공산혁명 이후 금지된 사유재산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쿠바 국민도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주택이나 차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개인의 은행 대출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쿠바 페소와 미국 달러화를 동시에 쓰고 있는 이중통화제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와 달리 공산주의 제도는 대거 폐지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한 달에 한 번 국가가 나눠 주는 식량배급표다. 라울은 이 배급제를 점차 축소해 궁극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경제 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것을 의식해 “쿠바식 사회주의를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며 “자본주의로 회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당대회에선 공산당 지도부에도 ‘젊은 피’가 상당수 수혈됐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40~50대 젊은 관료들이 발탁됐다. 전 경제부 장관 마리노 무릴로(50)와 수도 아바나 공산당 서기장 라자라 로페스 아케아(46)가 대표적 인물이다. 라울의 뒤를 잇는 당 제2서기엔 혁명 1세대 호세 마차도 벤투라(80)와 라미로 발데스(79)를 각각 앉혔다.

 피델은 이날 동생 라울과 함께 대회장에 등장해 1000여 명의 참석자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체크무늬 셔츠에 푸른색 점퍼 차림의 피델은 거동이 불편해 보였으나 행사 내내 라울의 옆자리를 지켰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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