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한국인 2000명 불러 들인 밀라노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세계 가구업계의 트렌드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밀라노 국제 가구박람회 2011(i Saloni 2011)’이 12일(현지시간)부터 엿새간 이탈리아 밀라노 교외의 종합전시관(Milan Fairgrounds, Rho)에서 열렸다. 행사는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2700여 업체가 참가했을 뿐 아니라 밀라노 전체가 사람들의 발길로 넘쳤다. 소매치기들이 사람이 몰리는 이 행사를 기다린다는 얘기도 들렸다. 올해 방문객은 33만여 명에 달했다. 이 중 한국인만 2000명이 넘어 “전세기를 띄워도 될 것 같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평소 하룻밤에 80~90유로(약 12만8000~14만4000원) 선인 밀라노의 호텔값은 500유로(약 80만원)까지 뛰어올랐다. 박람회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4억5000만 유로(약 7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밀라노 박람회의 힘은 디자인의 다양성이다. 올해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는 자사의 ‘500’ 모델을 기반으로 디자인한 각종 가구 컨셉트 컬렉션을 출품했다. 소파업체인 ‘아르플렉스’는 의류회사인 ‘아스피지’와 손잡고 다양한 소파를 내놓았다. 아이폰·아이팟 등을 내장할 수 있는 거실장도 등장했다.

 밀라노 박람회는 톡톡 튀는 개성을 가진 신인 디자이너 등용을 위해 신인전 격인 ‘살롱 사텔리테(Salone Satellite)’관을 따로 운용한다. 올해에는 33개국에서 700여 명의 디자이너가 출품했다.

 행사를 참관한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은 “이탈리아와 한국의 가구업체가 각각 1000개라면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1000개 이상의 새 디자인이 나오는 반면 한국은 5~6가지 디자인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너도나도 된다 싶은 디자인을 따라하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드는 일은 단기적으로 재미를 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행사장에서 만난 카를로 굴리엘미 밀라노 국제 가구박람회 회장은 “가구박람회가 33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힘은 도로나 컨벤션 행사장 같은 도시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콘텐트의 다양성 덕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컨벤션 산업이 새겨들을 말이다.

밀라노=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