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곽재원 대기자의 경제 패트롤] 눈부신 중국 과학기술 발전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곽재원
대기자

지난 14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싼야(三亞)에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BRICS) 정상이 발표한 ‘싼야선언’은 원자력발전 추진 노선을 지속하겠다는 다짐이 핵심이다. 신흥 개발도상국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원전이 불가결하다는 의견을 중국이 주도해 공표한 것이다.

 중국은 현재 운전 중인 원전이 11기이고 26기가 건설 중으로 세계 전체 건설안건(66기)의 절반에 육박한다. 계획 중인 플랜트도 10기로 세계 최대의 원전 건설국이다. 중국 원전정책은 1980년대 외국 기술 도입으로 시작했다. 자동차 등 다른 산업과 같이 국산화가 기본 전략이다. 원자로 용기,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는 국산화 연구개발(R&D)로 독자 추진하고 있다. 대형기기 생산거점 3개소, 중장비 생산거점 2개소를 이미 설립했다. 현행 제2세대 원자로의 국산화율은 80%를 넘고, 제3세대인 ‘AP1000’도 국산화가 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2008년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자 세계 2위 에너지 소비국이 됐다. 에너지소비의 7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구온난화 가스 배출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원전 적극 개발로 방향을 잡은 것.

 지금은 자체 건설에만도 손이 달리지만 국내 건설 러시가 일단락되면 해외 시장에서 한국·일본 등과 격돌할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2010년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됐을 뿐 아니라 수출총액에서는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 또 신차 판매대수도 1806만 대로 2년 연속 세계 1위, 조강 생산량은 6억2000만t(세계 전체의 44%)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눈부신 경제성과는 3월 말 현재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액 3조 달러라는 지표로 나타났다.

 영국 왕립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국가경쟁력 약화를 틈타 2013년부터는 과학기술 논문 인용수의 증가율에서 미국을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기준으로 미국은 31만6000여 건, 중국은 18만4000여 건을 발표하고 있으나 그 간격이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 과학기술 성과가 질과 양에서 접근하고 있다.

 도쿄대의 연구보고서(1945~2009년 통계)는 신재생에너지의 대표 격인 태양전지와 연료전지에 관한 학술논문에서 중국·한국·인도의 약진을 지적했다. 태양전지에서는 총 논문 수로 중국이 세계 4위, 인도가 5위이고, 연료전지에서는 중국이 2위, 한국이 5위에 들었다. 이 배경에는 적극적인 과학기술투자와 세계 수준의 대학 육성, 해외에 있는 우수한 연구자 유치 등 국가 과학기술정책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세계 지식재산권기구(WIPO)는 한 번에 전 세계에 특허 출원하는 PCT 국제출원(142개국 가입)이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 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78년 도입된 PCT 국제출원은 100만 건이 달성되는 데 26년 걸렸으나 6년 만에 두 배 늘어났다. 이러한 급증은 동아시아 국가의 과학기술 이노베이션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2010년 PCT의 4위 출원국인 중국의 출원은 전년비 56%, 5위인 한국은 20.5%, 2위인 일본은 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유럽 중심의 출원이 수년 새 동아시아로 축이 옮겨졌고 그 뒤에는 중국 요인이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은 국방산업에서도 과학기술 이노베이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2006년 중장기 과학기술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2020년까지 과학기술 세계 일류 그룹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과 관련해서는 98년 국방산업의 전면적인 개혁을 통해 인민해방군에 신설한 ‘총장비부’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총장비부는 국방산업과 군사기술을 종합 관리하는데 지금은 국방산업과 다른 산업의 영역을 없애고 군민 양 부문을 융합한 이노베이션개혁을 실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가로부터 자금뿐 아니라 주식 공개, 채권 발행, 은행 융자, 기업 사모 등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본조달을 가능케 했다. 중국의 세계패권 전략을 ‘기술도입→국산화→국영기업 및 군산복합→과학기술 및 수출대국’이란 틀에서 들여다 볼 때다.

곽재원 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