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대상 질병·스트레스 관리 무료로 해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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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사업장은 산업의 모세혈관으로 불린다.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룬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곳 종사자의 건강은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을 회사를 대신해 챙겨주는 ‘근로자건강센터’가 문을 열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대학병원과 협력, 연 7억원씩 3년 동안 약 20억원을 투입해 운영한다. 4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인천 남동공단과 안산시화공단(고려대), 전남 광주(전남대) 등 세 곳에서 문을 열었다. 이 중 인천 지역 근로자를 돌보기 위해 나선 노재훈(연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사진)센터장에게 근로자건강센터의 취지와 이용 방법을 물었다.

-왜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으로 정했나.

 “대기업은 독자적으로 의무실을 운영할 뿐 아니라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다양한 후생복지를 지원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영세해 그럴 여력이 없다. 특히 1995년 이후 기업규제완화특별조치법에 의해 보건관리자 채용 의무 조항이 삭제됐다. 자체적으로 작업환경 관리나 직원의 건강 증진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국가가 이들의 건강을 챙겨줘야 하는 이유다.”

 -인천 지역 근로자의 건강 실태는.

 “인천 지역 50인 미만 사업장 수는 2009년 현재 7만7450개로 전체 사업장(7만9551개)의 97.5%에 달한다. 당해 연도에 발생한 재해자 수는 4928명으로 전체 재해자의 83.2%를 차지한다. 산재율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여전히 근로자의 건강 사각지대다.”

 -국가가 근로자의 건강을 직접 챙기는 예가 많은가.

 “일본은 이미 1980년대부터 설립되기 시작해 현재 300여 개의 센터가 지역 단위로 설치돼 있다. 오스트리아나 영국, 핀란드 등은 건강보험 또는 산재보험의 재정지원을 받아 중소규모 사업장에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소규모의 사업장은 산업재해에 취약하고, 스스로 안전보건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센터에선 어떻게 근로자의 건강을 돌보나.

 “크게 건강상담과 기술지원으로 나뉜다. 먼저 건강상담에는 업무 적합성 평가, 직업병 감시, 직업복귀 컨설팅, 뇌심혈관계 예방, 직무스트레스 관리가 들어있다. 기술지원은 작업환경 개선 및 기술지도, 신규직원 보건교육, 직업건강 캠페인 등이 포함된다.”

 -과거와 달리 근로자의 질환도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외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반복 작업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이나 스트레스에 의한 정신과적 질환이 늘고 있다. 또 소음성 난청이나 유해 물질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암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맞춰 의료진도 산업의학전문의, 간호사, 산업위생기사, 인간공학기사, 물리치료사, 상담사 등 전문가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근골격계 질환자에게는 운동처방과 방법을 알려주고 좀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의료기관을 소개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회사나 개인이 이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나.

 “이용은 무료다. 희망하는 사업장은 단체 예약 시 출장 상담과 교육도 한다. 근로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료시간도 연장했다.”

고종관 기자

※인천근로자건강센터(인천 남동구 고잔동 636번지 www.icwh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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