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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바닷물 몰려오자 서해에서 전기가 쏟아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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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3시40분, 경기도 안산시 오이도∼대부도 사이를 잇는 길이 11.2㎞ 시화방조제 중간에 자리한 시화조력발전소. 바다 건너편에 송도국제도시의 고층 빌딩들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갑자기 ‘붕-’ 하는 굵은 전기음이 들렸다. 이어 ‘와당탕탕’ 철판을 때리는 거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시화조력발전소의 10번째 수차발전기에 바닷물이 밀려 들어와 직경 8m짜리 초대형 파이프를 두드리는 소리다.

같은 시각, 호수 쪽 방조제 아래에선 검푸른 바닷물이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거세게 용솟음쳐 나왔다. 흰색 안전모를 쓴 20여 명이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수차발전기 설치를 위해 현장에 와있는 오스트리아 안드리츠 하이드로사(社)와 수자원공사 직원들이다.

세계 최대, 국내 유일의 조력발전소인 시화발전소는 이날 처음으로 전력을 생산했다. 2003년 공사를 시작한 지 무려 9년 만이다. 시험가동이긴 했지만 대한민국 조력발전 역사의 첫 장이 열린 것이다. 수차발전기 10대가 설치돼 있는 시화조력발전의 발전시설용량은 25만4000kW다. 연간 552.7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소양강댐 발전 능력의 1.56배에 이른다. 김포시(인구 24만 명)만 한 중소도시의 전력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 지금까지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였던 프랑스 랑스 발전소의 시설 용량 24만kW를 넘어선 것이다.

13일에는 시화조력발전소가 보유한 10개의 수차발전기 중 한 대인 10호기만 시험 가동됐다. 발전기는 전자석으로 이뤄진 단순하고 평범한 구조이지만, 높이 16m, 길이 17m에 무게는 800t이다. 1분에 64회 이상 돌면서 서해안의 바닷물을 호수 안으로 빨아들인다. 이날은 시험발전이어서 발전기 성능의 5%도 안 되는 1500kW의 전력을 10분 동안 생산하는 데 그쳤다. 생산 전력은 3만원에 한국전력에 팔렸다. 하지만 14일엔 발전시설 용량의 25%를, 15일엔 50%를 가동해 전력을 생산했다.

이곳 발전소의 건설 공정률은 98%. 15층 높이의 발전소 밑부분에 수차발전기 10대와 배수갑문 8개가 자리 잡고 있다. 시화조력발전 건설 계획은 김대중 정부 시절 시작됐다. 물길이 막히고 공장폐수와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거대한 죽음의 호수로 전락한 시화호에 바닷물길을 터줘 수질을 개선하고, 전력도 생산하자는 아이디어였다. 노무현 정부 때 공사가 시작된 이후 총 3551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갔다.

수자원공사의 박기환 녹색사업 본부장은 “조력발전은 오염이 없는 대표적인 청정 신재생에너지”라며 “시화조력발전 하나만으로 연간 86만2000배럴의 석유수입 대체 효과, 31만5000t의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화조력발전소는 시화호 수질 개선에도 한몫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하루 1억5000만t의 바닷물이 순환되면 현재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 3.7ppm인 호수 수질이 먼바다와 같은 2ppm 수준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시화조력발전소의 성공 여부는 인천만·강화도·가로림만·아산만에 건설 예정인 네 곳의 다른 조력발전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연구원의 이광수 박사는 “갯벌이 사라진다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있지만 앞으로 부정적인 여론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화조력발전소(안산)=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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