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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애플의 협공 ‘통 큰 투자’로 뚫는다…돌아온 페이지의 승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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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4일(현지시간) 구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14일 첫 성적표를 발표했다. 1분기 순익이 23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3% 늘었다. 이는 주당 8.08달러로 전문가 예상치 8.1달러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85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26.7% 증가했다. 순익이 매출 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시장은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나스닥에 상장된 구글 주가는 이날 5.3% 떨어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을 비롯한 미국 언론이 전했다.

 형식상 1분기 실적은 페이지가 CEO로 취임하기 전 실적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이번 성적표가 구글 경영권의 변화를 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영업비용 지출이 1분기에만 28억4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4.3% 증가했다. 서버·네트워킹 장비 확충과 데이터센터 구축에 들어간 고정투자도 같은 기간 3.72배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과감한 지출은 전임 에릭 슈밋(Eric Schmidt)이 CEO로 있었을 땐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출 항목을 뜯어보면 월가가 우려할 만도 하다. 구글은 지난해 말 전체 종업원의 임금을 일률적으로 평균 10% 올렸다. 올 1분기엔 정보기술(IT) 기업으론 가장 많은 1916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다. 여기다 올해 말까지 4000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핵심 인력이 페이스북·트위터로 빠져나가려 하자 파격적인 보너스로 이들을 붙잡기도 했다. 마케팅비 지출도 69% 늘렸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아낌없이 썼다. 언뜻 보면 벼락출세한 젊은 CEO가 흥청망청 돈을 쓰기 시작한 것처럼 보일 만도 하다.

 그러나 페이지는 이 같은 투자자의 우려에 대해 “우리의 앞날은 매우 밝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구글이 검색엔진 업체에서 글로벌 IT기업으로 환골탈태해야 할 시점으로 보고 있다. 돈을 아끼는 것보다 미래 성장동력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구글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신입사원 채용에 나선 것도 소셜네트워킹과 모바일 부문에서 페이스북·애플과 정면 승부를 펼치기 위해서다. 구글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소셜네트워킹 기능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더욱이 인터넷 광고시장도 구글의 이 같은 도전에 순풍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인터넷 광고 매출은 15% 성장해 처음으로 신문 광고를 앞질렀다. 광고주가 구글 사이트에 올린 광고 한 클릭당 지불 액수도 8% 인상됐다. 인터넷 광고시장의 맹주인 구글로선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이 가능했던 셈이다. 그 덕에 구글은 3월 말 현재 367억 달러 현금을 확보해 놓고 있다. 과감한 투자에 나설 만큼 충분한 ‘실탄’이 있다는 얘기다. 구글 최고재무책임자(CFO) 패트릭 피쳇은 “미래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건 그만큼 영업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지의 승부수에 월가의 평가는 엇갈린다. IT업계에선 구글이 페이스북·애플의 도전을 이기기 위해선 지금부터 과감한 변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긍정론이 대세다. 반면 월가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구글은 이미 덩치가 커질 대로 커져버린 만큼 한번 길을 잘못 들어서면 돌아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 실패의 후유증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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