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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총장 “자리 미련 없지만 … 학생은 경쟁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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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KAIST 서남표 총장은 13일 “자리에 미련이 없으며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학생은 경쟁해야 하고, 교수는 더 연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 총장은 이날 본지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가 미국에서 온 이유는 교육으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교수들이 대충 가르치고 월급을 받게 할 수 없으며, 학생들도 세계 일류 대학생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또 “개혁은 멈출 수 없다”며 “KAIST에 국한하지 말고 대한민국 교육 전체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총장은 “교수와 학생 등 학교 구성원과 소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서 총장은 “교수와 학생들이 왜 변화를 요구하는 지를 이해하고, 제시된 의견을 학교 행정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학부생들은 이날 오후 7시부터 대학본부 앞 잔디광장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서 총장에게 ‘경쟁 위주 제도의 실패를 인정하라고 요구한다’라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투표에 참여한 852명 중 안건에 찬성한 학생이 과반수에 10명 부족한 416명에 그쳐 부결됐다. 반대는 317명, 기권은 119명이었다.

 학생들은 ‘학교 운영 정책결정 과정에 학생대표가 참여하고 의결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라는 안건은 917명 투표에 872명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학부총학생회가 비상총회를 소집한 건 KAIST 40년 역사상 처음이다. 대학원 총학생회도 이날 오후 9시부터 비상총회를 열고 ‘대학 연구환경 개선 혁신’을 위한 비상 태스크포스(TF)팀 구성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서 총장은 이날 교수협의회가 요구한 혁 신비상위원회 구성 요구를 수용했다. 교수협의회는 12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교수들을 상대로 혁신비상위원회 구성 촉구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를 했다. 그 결과 교수 580명 가운데 355명이 투표에 참여, 301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54명에 그쳤다. 교수협의회 경종민 회장은 서 총장에게 ‘혁신위’ 구성 요구서를 전달했다. 서 총장은 “교수협의회와 손잡고 학교 발전 방안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서 총장의 ‘소통 행보’에 학교 구성원의 반응은 엇갈렸다. 박승오(항공우주공학 전공) 교수는 “총장이 직접 발표를 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만큼 문제점이 모두 보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KAIST 구성원 모두가 단합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과학과 성준식(3년)씨는 총장의 개선안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며“일단 총장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교수와 학생들은 “혁신위 구성은 필요없으며 당장 총장 퇴진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김방현·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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