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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의왕 고속화도로 유료기간 29년 더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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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도 과천∼의왕 고속화도로는 출·퇴근 때마다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경기도 제공]


12일 오전 8시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학의분기점. 외곽순환도로에서 경기도 과천~의왕 고속화도로(길이 10.9㎞)를 타려는 차들이 1㎞ 정도 줄지어 늘어섰다. 고속화도로에 진입하더라도 수원 방향 의왕톨게이트까지 4차로 5.57㎞ 구간도 차들로 메워져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했다. 출퇴근시간대에 이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선 최소 30분 이상이 걸린다.

이 고속화도로는 경기도가 1992년 11월 하루 통행 차량을 5만 대로 예측하고 왕복 4차로로 건설했다. 건설비를 뽑기 위해 올해 11월 30일까지 20년간 통행료(현재 승용차 기준 800원)를 받기로 했다. 고속화도로는 이때부터 수원·화성·의왕을 포함한 경기도 서남부 지역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서울 사당동을 잇는 주요 도로가 됐다.

차량이 밀려들었다. 현재 하루 평균 통행량이 11만 대에 이른다. 출퇴근시간은 물론이고 평상시에도 길이 막히기 일쑤다. 그러나 경기도는 그동안 도로를 확장하지 않았다. 경기도 서남부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이미 오래전 고속화도로의 기능을 상실했는데도 통행료를 계속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는 뒤늦게 2009년부터 확장공사를 했다. 우선 과천 문원동~의왕 청계동 학의분기점 구간(4.1㎞)을 왕복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벌여 최근 마무리했다. 도 예산으로 공사비를 충당했다.

문제는 2단계 공사다. 2012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학의분기점~서수원 금곡동(13.07㎞) 구간을 6~8차로로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총 2954억원이 든다. 경기도는 이 공사를 위해 민간자본을 유치했다. 민자도로 건설사업에 과천~의왕 고속화도로 일부 구간(의왕톨게이트∼학의분기점 5.57㎞)을 확장하는 공사도 포함시켰다.

민자 도로사업은 국내 11개 건설사로 구성된 경기남부도로㈜가 맡고 있다. 이 회사는 도로가 개통하는 2013년 1월부터 최소 800원 이상의 통행료를 29년간 징수할 예정이다. 공사비를 뽑기 위해서다.

 주민의 반발은 여기서 발생했다. 올해 11월 말에 무료화 전환을 앞둔 과천∼의왕 고속도로가 1년 후에 다시 유료도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20년만 유료화’라는 약속을 믿었던 경기도 서남부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의왕시민모임 등 시민단체들도 “2008년부터 무료화한다고 약속을 했던 경기도가 도로 확장에 따른 추가 비용 충당을 이유로 유료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의왕에서 이 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유성진(36)씨는 “행정기관이 20년간의 주민과 약속을 이렇게 깨도 되느냐”며 “이 도로가 민자도로로 전환하면 통행료가 오를 게 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건설본부 손성오 도로건설과장은 “출퇴근시간이면 주차장으로 변하는 도로를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으냐”며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통행료 징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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