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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지팡이 짚고 … 15개월 만에 법정 선 박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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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15개월 만에 법정에 다시 섰다. 박 전 회장이 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 출석한 뒤 차에 오르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08년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태광실업 전 회장 박연차(66)씨가 꼭 1년3개월 만에 법정에 다시 섰다.

 8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조해현)는 박씨에 대한 파기 환송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등 정·관계 인사 20명에게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제공하고 280억원을 탈세한 혐의에 대해서다.

 박씨는 지난해 1월 8일 서울고법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과 벌금 300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1월 27일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박씨의 탈세 혐의에 대해 원심이 양도 차익 등을 잘못 계산했고 ▶이상철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박씨로부터 미화 5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박씨의 배임증재 혐의 부분도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이날 법정에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부축을 받으며 출석했다. 적갈색 나무지팡이도 짚었다. 그는 구속 중이던 2009년 11월 병 보석으로 풀려났다. 지난해 9월부터는 주거 제한이 변경돼 경남 김해의 자택 등에서 지내고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흰 가운 차림의 의학 교수가 증인석 뒷자리에 앉아서 박씨의 상태를 지켜봤다. 박씨는 환자복이 아니라 회색 헌팅캡과 연회색 폴로셔츠, 진회색 재킷, 검정 바지 차림이었다. 형광연두색 밑창의 검정색 나이키 에어맥스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박씨는 나이키 제품을 하청 생산해 부를 일군 인물이다.

 주소지 등을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박씨는 헛기침을 하고 대답을 자주 머뭇거렸다. 목소리는 쉰 듯했고 매우 작고 낮았다.



 이날 재판은 30분가량 진행됐다. 박씨 측 변호인은 “홍콩 법인에서 받은 배당 이득에 대해서도 법령이 잘못 적용됐다”며 3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의사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을 나선 박씨에게 건강 상태를 묻자 “어제도 서울에 있는 병원에서 머물렀다. 지금도 병원으로 간다”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검은색 벤츠S500을 타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글=구희령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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