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1병, 김포공항 카트에 깜박 두고 왔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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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강남 방향 올림픽대로 여의도 지점을 지날 때였다. 정일화(64) 진양운수 회장은 허전함을 느꼈다. 고급 양주 한 병이 떠올랐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35만원을 주고 산 것이었다. 김포공항에서 카트에 양주 한 병을 그대로 둔 채 출발했던 것이다. 진 회장이 2월 27일 제주를 다녀오던 때의 일이다. 그는 그날 오후 6시30분쯤 제주발 항공편으로 김포에 도착했다. 짐을 챙기면서 급한 마음에 양주를 빠뜨렸다. 그런데 김포공항 분실물센터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분실물을 찾아가라’는 거였다. 귀경길에 분실물을 찾은 진 회장은 “우리의 시민 수준이 이 정도 됐구나 하는 생각에 감동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분실물센터는 양주 포장에 들어 있던 현금영수증의 전화번호를 보고 연락을 했다.

 진 회장은 미담의 주인공인 김영걸(42·김포공항 협력업체 직원)씨에게 사례를 하고 싶었지만 그는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진 회장은 “김포공항이 서비스 1위라더니 직원들 양심도 1위”라며 웃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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