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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한국 투어서 활약중인 유일한 외국인 선수 앤드루 추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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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KPGA투어에서 뛰는 유일한 외국인 선수인 앤드루 추딘의 드라이브샷 모습.그는 KPGA개막전인 티웨이항공 오픈에서 우승하며 올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KPGA제공]

한국 남자프로골프투어(KPGA)에는 푸른 눈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 중이다. 지난 3일 끝난 티웨이항공 오픈에서 우승한 호주 출신의 앤드루 추딘(Andrew Tschudin·38)이 바로 그다. 추딘은 K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유일한 외국인 선수이기도 하다. KPGA투어 개막전에서 우승한 추딘을 5일 서울 시내 커피숍에서 만났다. 지난 2008년부터 국내 투어에서 활동 중인 추딘은 “아직도 우승의 감동이 가시지 않았다”며 활짝 웃었다.

“2008년 레이크 힐스 오픈 이후 3년 만에 우승을 한 셈이네요. 샷 감각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는데 개막전에서 우승하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호주에 계신 부모님도 무척 기뻐하셨어요. 그래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부모님이 계신 호주에 다녀올 계획이에요.”

한국 생활 4년째인 추딘은 KPGA투어가 무척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한국 생활도 이제 익숙하다고 덧붙였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줘요. 그래서 전국 어딜 가든 낯설지 않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는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대회가 끝난 뒤에는 혼자서 지방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도 하지요. 이젠 한국에서 지내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요.”

5세 때 골프를 시작한 추딘은 1997년 호주에서 프로에 입문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는 미국의 3부 투어 격인 후터스 투어에서 활약했다. 그러다 같은 호주 출신의 프로골퍼 마크 리시먼의 소개로 한국 투어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마크가 한국 투어에 도전해보라고 하더군요. 무엇보다도 고향인 호주와 시차가 거의 없는 데다 사람들도 친절해 마음에 들었어요.”

그가 느끼는 한국 투어의 다른 점은 뭘까.

“무엇보다도 한국 코스에는 굴곡이 많은 편이에요. 미국이나 호주의 코스는 평평한 데 비해 한국은 산악지형에서 골프를 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제는 이런 코스에 익숙해졌습니다.”

추딘은 승용차가 없다. 항상 골프클럽과 옷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 프로골퍼로선 무척 드문 경우다. 승용차가 없어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한다. 택시는 잘 타지 않는다고 했다. 대회가 열리는 지방 도시의 골프장까지 골프가방을 멘 채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타고 찾아간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어떻게 버스를 갈아타고 시골 구석구석까지 찾아다니는 걸까.

“웬만한 한글은 읽을 줄 압니다. 뜻은 잘 모르지만 한글을 읽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거든요. 그래서 버스에 쓰인 지명을 유심히 보고 찾아가는 거지요.”

추딘은 한국 음식도 잘 먹는다. 김치찌개·된장찌개·삼겹살·비빔밥·냉면은 물론 청국장·육회까지 즐겨 먹는다.

“한국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지만 삼겹살을 가장 좋아해요. 스테이크는 속이 불편해질 때도 있는데 삼겹살은 불에 직접 구워 먹어서 그런지 맛도 좋고, 속도 편해요.”

추딘은 경기가 없을 때면 KPGA투어의 동료 선수인 이승호·권명호·데이비드 오 등과 어울린다. 가끔은 삼겹살에 곁들여 소주를 마시기도 한다. 추딘은 “동계훈련을 위해 고향인 호주에 머물 때면 종종 한국 음식이 그리워진다”며 “그래서 호주에서도 한국 음식점을 종종 찾는다”고 털어놓았다.

추딘은 평소엔 ‘짠돌이’지만 인심도 후한 편이다. 동료들과 어울려 식사를 한 뒤엔 앞장서서 계산을 한다. 얼마 전 티웨이항공 오픈에서 우승한 뒤 스폰서인 티웨이항공 측에서 캐디피를 내주려 하자 정중히 사양하기도 했다. 우승한 뒤엔 동료들과 후원사(티웨이항공) 직원 400여 명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기 위해 100여만원을 들여 떡을 돌리기도 했다.

아직 독신인 추딘의 꿈은 KPGA투어에서 샷을 갈고 닦아 다시 미국의 PGA투어에 도전하는 것이다.

“골프선수로서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어요.”

추딘을 후원하고 있는 티웨이항공의 관계자는 “이렇게 한국 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외국인 선수는 처음 본다. 성실하고 검소한 그의 태도는 다른 선수들이 배울 만하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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