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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일 염원 시극에 담았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우리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다음 세대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새 밀레니엄을 앞둔 지금 미래를 이야기하기보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21예술경영연구소(소장 이동일)가 일부터 해를 넘겨 1월 1일까지 비무장지대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퍼포먼스 'DMZ2000-새천년 통일 기원제'에서 한국 역사를 다룬 시극 '보자기'를 선보일 중국계 미국인 연극연출가 핑총(53)이 한국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뉴욕 차이나 타운에서 자라난 핑총은 지난 93년부터 일본.중국.베트남과 유럽의 관계를 다룬 역사 시극을 연작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연출하는 '보자기'는 4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자신을 '아시안 아메리카 코스모폴리탄'으로 부르는 핑총은 "역사에는 단 하나의 옳은 견해란 없다"면서 "내 작품은 힘의 논리나 국수주의적인 시각이 아닌 아웃사이더가 바라본 아시아 역사를 다룬 것이어서 한국인들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를 담는 천'이라는 의미에서 이름붙여진 '보자기'는 단군신화를 짚은 뒤 하멜표류기에서부터 분단까지의 한국 역사를 장면의 연결로 보여주면서 전통적 개념의 연극과는 달리 시적인 대사와 몸동작으로 이뤄져 매우 독특하다.

"라틴 아메리카의 시인 에두아르도 갈리아노의 3부작 역사시 '메모리스 오브 파이어'가 지금까지 내가 본 역사물 가운데 가장 훌륭했다"는 핑총은 '역사가가 아닌 예술가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와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은 이 작품은 내년 2월 뉴욕에서도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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