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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따라'…단일통화 구축

중앙일보

입력

'단일통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공로자.', '가치하락을 방관한 무능력자.'

세계경제의 19%를 담당하는 유로권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빔 도이센베르흐(63)총재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지난 1월 유로화 출범 이후 화폐가치가 계속 하락하자 독일등 몇몇 국가가 '강한 유로' 를 외치며 시장개입을 요구했지만 그는 '시장원리 고수' 라는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이 구조개혁을 도외시해 유로화를 위기로 몰고 있다고 되받아쳤다.

특히 '부도 직전의 건설회사를 공적자금 투입하고, 외국기업의 인수.합병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독일 정부에 대해 "유럽이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는 이미지를 갖게 했다" 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도이센베르흐는 지난 73년부터 20여년간 네덜란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을 역임하면서 줄곧 재정긴축과 물가안정을 강조함으로써 보수적인 정책가라는 평가를 받아온 인물이다.

그는 유로화 약세에 대해 "미국경제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 이라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강력한 유로화는 대외적으로 유럽인의 자존심을 높여줄 수는 있어도 수출이나 역내안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유로화 출범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먼델교수도 "80여년간 이어온 달러의 시대는 이제 유로의 시대로 바뀔 것" 이라며 도이센베르흐의 정책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ECB의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운영이 폐쇄적이어서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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