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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가 무릎 친 ‘민세희 데이터 마법’ … 그 뒤엔 스마트 파트너 4인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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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웍스 멤버들이 공동작업한 결과물을 비춘 스크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소원영(대학생 창업가), 엄기순(디지털 프로토타이퍼), 민세희(TED 펠로), 유지은(인터랙션 디자이너), 김성훈(미디어 아티스트). 이들은 예술적 토양에 디지털 마인드를 겸비한 전형적인 통섭형 인재들이다. [김상선 기자]


지난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세계 지식인의 축제 TED 콘퍼런스.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인 민세희(36)씨는 이 행사에서 한국인 최초 펠로 자격으로 강연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디지털 시대에 쏟아지는 데이터들 간의 숨겨진 관계를 찾아내 이를 구조화·시각화함으로써 사람들의 각성을 이끌어내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요지의 발표를 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최대 통신업체 AT&T, 정보기술(IT)기업 GE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도 받았다.

 이날 민씨가 발표한 내용은 그러나 혼자 창안한 것이 아니다. 그는 ‘랜덤웍스’라는 이름의 데이터 시각화 전문그룹의 일원이다. 랜덤웍스는 사업자등록까지 마친 엄연한 ‘회사’지만 사장도 사무실도 없다. 민씨를 포함한 5명의 멤버는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다. 나이도 성격도 경력도 천차만별인 이들의 공통 관심사는 ‘기술과 예술, 그 결합을 통한 세계의 변화’다. 이들은 그 이상을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방식의 협업을 통해 현실화하고 있다. 그 핵심엔 인문학적 사유와 첨단 기술의 열매를 조화롭게 결합할 줄 아는 ‘디지로그 정신’이 있다.

 이들은 전형적인 ‘통섭형 인재’다. 민씨는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양방향 미디어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MIT에서 도시정보 디자인 연구원으로 일했다. 소원영(26)씨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능통한 벤처 창업가다. 유지은(31)씨는 영국 에든버러칼리지에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홍익대에서 디지털미디어디자인을 공부했다. 다른 이들도 디자인과 미디어, IT에 두루 능통하다.

 또한 이들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능하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표되는 스마트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엄기순(29)씨는 “프로젝트마다 리더가 바뀐다. 가치관이 다르고 각자 개성도 강해 의견 충돌을 피할 순 없지만, 열린 대화를 통해 그런 갈등을 외려 발전의 계기로 삼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공통의 공간이 없는 이들은 각자의 집·카페·사무실에서 자유롭게 일한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노트북 컴퓨터와 스마트폰, 태블릿PC, 그리고 구글·페이스북 등 갖가지 열린 디지털 생태계다.

 디지털 혁명은 랜덤웍스가 시공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제적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소원영씨는 “세계 각지 네티즌이 시시각각 업데이트해주는 정보가 없었다면 기술 유출, 일본 대지진 같은 국제적 사안들에 대한 데이터 시각화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33)씨는 “스마트 혁명의 기본 정신은 ‘오픈’과 공유”라고 말했다. 랜덤웍스 멤버들이 SNS 같은 스마트 미디어를 ‘가장 이타적인 매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민세희씨는 “랜덤웍스의 작업에서 중요한 건 첨단기술이 아니라, 이를 통해 보다 인본주의적이고 타인을 배려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디지로그 정신”이라고 말했다.

글=이나리·김한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TED콘퍼런스=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머리글자로 첨단 기술과 지적 유희, 예술과 디자인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지식 축제다. 매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다.

공동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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