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0~50대 남성 내기 골프는 어깨건강에 ‘독’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수술하려면 7개월, 외래(진찰) 보려면 5개월 기다리셔야 합니다.”
박진영 교수의 소문을 듣고 건국대병원으로 간 환자는 이런 말을 먼저 듣는다.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박진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어깨 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다. 현직 야구선수치고 그에게 진료 한 번 안 받은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의 프로구단에서는 부상이 있는 선수와 재계약을 맺을 때 반드시 박 교수에게 의뢰한다. 한국에 어깨 전문의사가 전무했던 시절, 그는 과감하게 어깨 수술을 배우러 미국으로 건너갔고 현재까지 한국에서 어깨 수술을 가장 많이 한 사람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최근 대한견주관절학회 회장을 맡으며 ‘어깨의 날(3월 24일)’을 선포했다. 박 교수는 “어깨 질환이 지난 몇십 년간 꾸준히 늘었다. 스포츠인구와 노령인구 증가가 주요인이다. 그런데 어깨 질환을 가볍게 생각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기념일까지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특히 요즘같이 따뜻해지는 봄 시즌부터 어깨 질환이 늘어난다. 겨우내 웅크려 있던 관절에 갑자기 무리가 가 탈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어깨 수술의 으뜸인 박 교수에게 어깨 질환에 대한 모든 것을 들어봤다.

-왜 어깨 건강이 중요한가.
“어깨는 우리 몸에서 움직이는 범위가 가장 넓은 관절이다.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그 불편함을 모른다. 잠을 잘 때 특히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최근 수술한 50대 남성 한 분은 20여 년 동안 팔을 가슴 위쪽으로 올려 보지 못했던 환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100명 중 7명꼴로 어깨 통증을 가지고 있다. 성인은 10명 중 6명이 한 번 이상 심한 어깨 통증을 경험한다. 흔히 허리 통증이 더 많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는 어깨 통증이 허리 통증과 비슷한 비율로 올라섰다.”

-오십견이 가장 흔한 어깨 질환인가.
“아니다. 회전근개질환(충돌증후군)이 가장 많다. 어깨를 들어 올릴 때는 힘줄이 위 뼈(견봉)에 닿는데, 심한 운동이나 반복되는 동작들로 힘줄이 위 뼈에 닿는 횟수가 늘고 강도가 세지면 힘줄이 점점 마모된다. 급기야 찢어지기도 한다. 오십견은 조금 다르다. 흔히 동결견이라고 불리는데 어깨를 싸는 관절 주머니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쪼그라들어 굳어 버리는 것이다. 마치 어깨가 얼어 있는 것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많이 아프다.
회전근개질환은 억지로 손을 올리면 머리 위까지 올려지지만 오십견은 손이 가슴 위로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 통증도 훨씬 심하다. 오십견은 50대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40세부터 70세까지 흔하고 50대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그 밖에 석회성건염(어깨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도 최근 늘고 있다. 여성에게 조금 더 많고 20대부터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들은.
“어깨 질환은 놔두면 좋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십견은 저절로 낫기도 한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어깨 가동 범위를 좁혀 놓은 채 통증만 사라진다. 문제는 오십견이 아닌 경우다. 회전근개질환은 놔두면 힘줄이 점점 파열돼 심하게 찢어지는데, 다시 봉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해진 옷은 꿰매기도 힘들고 설사 꿰매어도 금방 터져 버리는 것과 같다. 석회성건염, 근막통증증후군, 감염이나 종양에 의한 어깨 통증은 치료 시기를 놓쳐 평생 팔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깨에 좋지 않은 동작이나 스포츠는.
“어깨를 멀리 뻗는 동작을 반복하면 좋지 않다. 반복적으로 머리 위로 팔을 드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야구·배구·수영 등이 대표적이다. 40~50대 남성들의 내기 골프도 어깨엔 독이다. 과도하게 스윙을 크게 하고 골프채로 땅을 치는 경우가 많아 어깨에 많은 손상이 간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 헬스장에서 하는 프레스머신 운동(기구를 머리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운동)도 어깨 질환을 더욱 돋운다.”

-정형외과를 가면 무조건 수술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다.
“아니다. 통증이 며칠 정도 지속됐다면 가벼운 경우다. 물리치료와 몇 주 동안의 재활운동만으로도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통증이 3주 이상 지속됐을 때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물이나 주사 또는 체외충격파 등으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통증이 몇 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는 만성일 때가 많다. 정밀한 검사 후 관절 내시경 등으로 수술할 수 있다. 무조건 수술하는 것은 아니다. 물리치료와 주사치료 등 1차 치료가 우선이다.”

-우리나라 어깨 질환 치료 수준은.
“상당히 높다. 연간 의사 한 명당 수술하는 건수가 미국이나 일본의 5~10배다. 우리나라 정형외과 수술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지 않나 싶다. 수가가 낮으니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환자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한 의사가 많은 수술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기술도 발전하고 학문도 발전했다. 국제학회에서도 우리나라 정형외과 의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수술할 수 없는 케이스도 한국에서는 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우리가 미국·일본 등지로 수술을 배우러 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로 배우러 오는 상황이다.”

-예방법은.
“자세가 중요하다. 앉을 때 항상 어깨를 펴고 머리를 누가 잡아당긴다는 느낌으로 앉으면 도움된다. 어깨 근육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도 중요하다. 어깨 근육에 힘을 준 채 ‘으쓱’ 올렸다 10초간 유지한 뒤 내리기를 아침·점심·저녁·자기 전 등 네 차례 실시한다. 한 번 할 때마다 으쓱거림은 20~30번 정도한다. 동시에 가슴을 쫙 펴는 동작도 동일한 횟수로 반복한다. 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된 사람은 어깨 주변 스트레칭을 아침저녁으로 해야 한다.”

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