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신세기통신인수에 정통부 곤혹

중앙일보

입력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해 이동통신업계의 '공룡'으로 등장하게 되자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통부는 우선 이번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 대해 "모양이 좋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SK텔레콤이 가입자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57%에 달하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60%를 초과하는 독점적인 사업자로 되는데다 대부분 후발업체간에 이뤄지는 외국 통신업체들의 인수.합병(M&A)
사례에도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1위 업체가 3위업체를 인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모양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사업의 양수.합병시 정통부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이번 인수는 주식취득이기 때문에 양수나 합병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법적으로 정통부가 나서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통부는 이에 따라 이번 주식인수를 양수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고문 변호사에 의뢰해 놓고 있으나 현행 상법상 주식인수는 양수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어서 뽀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이 사실상 51%의 신세기통신 지분을 확보, 새 주인이 됨으로써 양수와 마찬가지인데도 정통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하는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간통신사업의 주식 인수는 정통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으나 행정규제 철폐차원에서 이 조항이 삭제됐다.

따라서 현행법상 SK텔레콤이 PCS업체의 주식 상당분을 인수해 사실상 주인이 되더라도 주무부처로서는 손을 쓸수 없다는 것이 정통부의 설명이다.

정통부가 더욱 난감해하는 점은 공정거래위원회측에서 이번 인수가 현행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의 예외사항으로 정한 '효율성 증대효과'에 해당되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해 올 경우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 것.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는 "기업합병 이외의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효율성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피해보다 큰 경우"에는 기업결합 제한의 예외대상으로 삼고 있다.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는 SK텔레콤측에서는 같은 주파수대역을 사용해 공동로밍을 할 경우 기존 가입자에 대해 좋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4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인수로 인해 SK텔레콤은 가입자 기준으로 57%, 매출액기준으로 60%를 넘는 초대형 업체로 부상하는 반면 후발사업체인 PCS 3개사는 점유율이 11∼18%에 불과한데다 여전히 누적적자에 시달려 경쟁측면에서는 효율성 증대효과를 논하기 어렵게 됐다.

정통부는 또 지난 92년 당시 독점사업체인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전신)
이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제2 이동통신인 신세기통신을 허가해줬는데 결국 SK텔레콤이 이같은 정통부 정책취지를 무시하고 신세기통신을 인수함으로써 입장이 어렵게 됐다.

이번 인수 결정은 공기업인 포철이 내렸으며 이 과정에서 정부측과 사후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추후 논란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아울러 공정위나 정통부에서 이번 인수에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릴 경우 PCS 사업자들이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서울=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