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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역서 분양 인기몰이, 대지진·핵 공포…'지하 벙커' 잘 팔린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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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방사능 공포, 중동 사태 등으로 인해 미국 내 민간용 벙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벙커 분양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비보스 그룹이 건설중인 지하 벙커 조감도. <비보스 그룹 제공>

일본 대지진과 이에 따른 방사능 공포,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이 미국 내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잇따라 발생하는 재연재해와 전쟁의 공포로 인해 전국에서 판매ㆍ분양되고 있는 ‘지하 벙커’에 바이어들이 몰리고 있는 것. 특히 LA에서 북동쪽으로 170여마일 떨어진 바스토우 지역 모하비 사막 인근에 건설 중인 지하 벙커 분양 회사에는 최근 바이어들의 구입 문의가 급증하며 1000%이상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벙커 분양에 대해 알아봤다.

◇전국 벙커 판매 현황

지구촌 전역에서 전쟁을 비롯해 지진 쓰나미 등 각종 자연재해가 연이어 발생하자 '인류 최후의 날'을 대비한 민간용 지하 벙커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아이다호주에 본사를 둔 '노스웨스트 셸터 시스템'사는 지난 1990년부터 주택 지하에 벙커 건설 및 벙커 판매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리비아 사태와 일본 대지진 이후 벙커를 구입하겠다는 바이어들이 몰리면서 70%의 판매 신장을 기록했다. 보통 이 회사는 2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벙커를 1년 평균 4개 정도 판매했으나 최근 예약이 몰리며 12건의 벙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케빈 탐슨 사장은 "판매가 급증하면서 벙커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용 셸터를 비롯해 지하 벙커 등을 분양.판매하는 '언더그라운드 밤 셸터닷컴'도 일본 대지진 이후 벙커 관련 문의가 4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방사선 차단 텐트의 경우 9500달러라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일주일에 4개가 판매됐다.

이 밖에도 주택에 설치하는 방사능.생화학물질을 거를 수 있는 에어 필터 판매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공동생활 지하 벙커 예약도 폭주

수 백명이 공동생활을 해야하는 민간용 지하 벙커 예약률도 급증하고 있다. 바스토우 인근 모하비 사막을 비롯해 네브래스카주에 지하 벙커를 건설중인 비보스 그룹에 따르면 일본 지진 사태 이후 벙커 예약률이 1000%를 넘어서고 있다. 예약을 위해서는 1인당 5000달러의 다운 페이먼트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비보스는 지난 2008년부터 모하비 사막에 첫 민간용 벙커 개조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이 벙커의 수용 인원은 총 132명이다.

이 벙커에는 이들이 1년 동안 살 수 있는 음식과 연료 의료 장비와 의류 등을 갖출 예정이다. 지하 벙커 1개에 들어가는 건설 비용은 약 1000만 달러 정도로 비보스측은 향후 2년 내 미전역에 총 20개의 지하 벙커 시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바스토우 벙커 외에 전국적으로 총 8개의 벙커 건설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네브래스카 주에 건설중인 벙커의 경우 지하 4층 규모로 최대 950명까지 수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벙커들은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150~200마일 거리 이내에 위치하게 된다. 각 벙커의 1인당 입주비는 성인 5만 달러 미성년자는 2만5000달러이며 애완동물은 무료다. 벙커의 입주 권리는 증여 및 매매가 가능하다.

벙커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유럽과 캐나다 남미 지역과 호주 중국 등에서도 벙커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몇몇 사업자들이 핵 벙커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한국 내 벙커 건설 문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비보스의 로버트 비치노 회장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과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지하 벙커 구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 지하 벙커들은 언젠가 닥칠 위험에 대비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각 벙커에는 수용 인원에 맞춰 그들이 1년 동안 먹고 입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물품이 비치되고 의사와 간호사 군인 변호사 등 생활에 필요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골고루 배치된다"며 "벙커는 단 1번의 재앙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때문에 벙커의 소유권은 평생 계약 개념이며 자녀들에게 증여도 된다. 벙커의 소유권은 거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각종 자연재해와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인해 앞으로 이 같은 지하 벙커의 건설 및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오는 2012년 12월 21일 마야력 종료 시점을 앞두고 인류 최후의 날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지하 벙커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종말론 연구가인 USC의 스테판 오리어리 교수는 "과거 Y2K를 앞두고 벙커와 같은 피난처 판매가 급증했다"며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피난처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중동 지역 전쟁과 지진 쓰나미와 같은 재해까지 이어져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소용돌이를 피할 수 있는 곳의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재민 기자 jmkwa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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