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현장] 인천공항 방향 따라 희비 갈린 통행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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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주행거리가 길수록 통행요금이 많이 나오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구간이 있다. 바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경우다.

일산이나 김포 등 경기도 북부에 사는 운전자들이 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김포나들목으로 진입해 인천공항으로 갈 때는 8300원을 내야 한다. 김포요금소에서 900원의 요금을 내고, 노오지분기점으로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하면 다시 신공항요금소에서 7400원을 내는 것이다. 일산나들목~노오지분기점은 9.1㎞, 김포나들목~노오지분기점은 3.8㎞에 불과하다.

하지만 경기도 부천과 시흥 지역에서 사는 주민은 다르다. 시흥나들목에서 진입해 일산 방향으로 16㎞를 달릴 때까지 요금소가 없다.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진입해 신공항요금소에서 7400원을 내는 것이 전부다. 이곳 운전자들은 경기도 북부 주민들보다 더 긴 거리를 달렸는데도 더 싼 요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산과 김포 등 경기도 북부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해외 출장 때문에 승용차를 몰고 인천공항으로 간 회사원 김준영(32·고양시 덕양구)씨는 “김포나들목에서 노오지분기점까지는 5분도 안 걸리는데 따로 요금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는 1999년 11월 개통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특정 구간의 요금만 지불하는 개방식 요금소이기 때문이다. 통행권을 먼저 받은 뒤 고속도로에서 나올 때 이용한 구간에 대해 요금을 지불하는 폐쇄식 요금소와 달리 일부 유료 구간의 요금만 받는다. 여기에 2000년 12월 개통한 인천공항고속도로가 남쪽의 시흥요금소보다 북쪽의 김포요금소에 가깝게 지나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인천공항고속도로가 만나는 노오지분기점이 북쪽의 김포요금소와는 2.8㎞ 떨어진 반면 남쪽의 시흥요금소와는 16.7㎞나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시흥요금소와 노오지분기점 사이에 있는 송내·장수·시흥나들목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차량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산이나 김포나들목으로 진입해 인천공항으로 가는 차량은 꼬박꼬박 900원을 내고 있다. 권명애 고양시민회의대표는 “남부 주민들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김포요금소의 통행요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회도 지난달 말 ‘김포요금소 북부지역 주민차별 시정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도로공사에 김포·신공항요금소 등 두 지역을 동시에 통과한 하이패스 차량은 통행료 900원을 면제하고 김포요금소에 인천공항 이용 차량 전용 진출입로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양영주 홍보실 차장은 “형평성 논란이 제시된 만큼 여러 가지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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