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서울엔 나막신 가게, 전당포, 어묵가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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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의 관광지도 제작자 요시다 하츠사부로(1884~1955)가 1929년 그린 조선박람회도회. 현재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골프장, 동대문에는 경마장이 있는 등 일제강점기 경성의 모습이 보인다. 요시다가 그린 한국 관련 지도는 27편에 달한다.


1930년대 서울은 어땠을까. 종로·명동·충무로 등 예전 서울의 가게자리를 세밀하게 복원한 도면이 처음 공개됐다. 서울 청계천문화관(www.cgcm.go.kr)에서 열리고 있는 ‘이방인의 순간포착, 경성 1930’ 전시에서다. 이른바 ‘경성 시기’(1910~1945), 일제 강점이라는 역사의 아픔이 새겨진 서울, 그 자체를 주제로 삼은 국내 첫 전시다.

 눈 여겨볼 만한 것은 1930년대 종로와 명동~충무로 길의 3000여 개 상가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다. 당시 ‘본정(本町·혼마치)’으로 불렸다. 이를테면 종로 1가부터 동대문까지의 나막신 가게, 양복점과 과자점, 전당포, 다방 등을 만날 수 있다. 당시 첨단 유행이 들어왔던 신세계백화점과 중앙우체국, 한국은행도 표시돼 있다. 중앙우체국에서 명동 골목으로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옷 가게, 카메라점과 책방(혼마치 2가), 당구장(3가), 술집과 카페·어묵가게(4가)가 즐비했다.

 이 도면은 한양대 건축학부 도미이 마사노리(63·冨井正憲) 교수와 한동수 교수, 여환진씨(연세대 건축학부 석사)의 연구로 완성됐다. 도미이 교수는 86년부터 종로·명동의 거리 도면 복원작업을 해왔다. 당시 전화번호부, 사진첩과 그림엽서 등 각종 자료를 총동원해 상호와 업종, 지번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왔다. 그는 “이번 전시는 연구의 완결이 아니라 시작이다. 특히 명동·충무로 쪽보다 종로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전시를 계기로 당시 상점에 대한 정보를 더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경성 관련 엽서와 지도 250여 점도 출품됐다. 요시다 하츠사부로(吉田初三郞)가 1929년 그린 ‘조선박람회도회’가 눈길을 잡는다. 1939년 영화감독 시미즈 히로시(淸水宏) 감독이 촬영한 영화 ‘경성 1939’(26분 분량)도 빠뜨릴 수 없다. 조선총독부 철도국에서 선전용으로 만든 영화다. 서울역과 명동, 조선총독부 식당 내부 등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하지만 전시 아이템마다 관련 설명이 부족해 전체 완성도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6월 26일까지. 02-2286-3410.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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