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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세대의 애국심, 소통·포용 거부하는 극우와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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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보수’로 규정짓기엔 P세대의 스펙트럼은 훨씬 넓다.”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안보에 눈뜬 20대, 그들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잣대를 거부한다. ‘천안함 피격 1주기 대학생 추모위원회’(추모위) 신보라(28·명지대 국문과 3년) 공동대표는 28일 “한국 사회에서 보수의 이미지는 상당히 경직돼 있다”며 “인공기를 불태우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소통을 거부하는 극우와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념보다는 실용을 추구하면서 소통과 포용의 자세로 사회적 이슈에 접근한다는 점에서 P세대는 다르다는 것이다.

신씨는 이날 끝난 추모위 활동에 대해 “천안함 이후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사건의 실상을 알리고 대학생의 참신한 시각으로 46용사를 추모하고 싶었다”며 “추모위도 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미래를여는청년포럼’의 대표이기도 한 신씨는 지난 1월 중순부터 뜻을 같이하는 6개 단체와 공동으로 추모행사를 준비해 왔다.

 천안함 분향소 설치, 추모콘텐트공모전, 해군 2함대 견학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추모위의 모토는 ‘위대한 희생, 함께 띄우는 희망’으로 정했다. 단순히 슬픔을 위로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3000명 이상이 추모 분향소를 찾는 등 반응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뜨거웠다”고 말했다.

 활동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기성 보수단체와 연계돼 있다는 의심을 받은 데 대해 신씨는 “우리가 가장 경계한 것이었다”고 했다. 추모위에 속한 단체 중 2곳은 기성 보수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추모위만은 순수하게 대학생들이 조직하고 진행했다는 것이다. 재원은 46용사 유족 등에게 답지한 성금을 바탕으로 출범한 천안함재단에 행사 제안서를 제출해 마련했다. 학내에 분향소를 설치하려다 “총학생회와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아직 우리가 학내에서는 소수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 출신인 신씨는 전북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명지대 국문과로 다시 입학했다. 수필가가 꿈인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탈북자 증언과 북한 정치범의 수기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노동자의 인권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왜 북한 인권에 침묵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점점 관심의 폭이 민주주의·자유시장경제 등으로 넓혀졌다”고 말했다. 그는 ‘늦깎이 신입생’인 2007년부터 ‘바이트’라는 대학생 잡지에서 기자로 활동하다 지난해 단체를 꾸렸다. 그는 “평생을 강성노조가 있는 노동현장에 계셨던 아버지와 갈등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이 이해해 주시는 것 같다”고 했다.

 “P세대라는 표현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에 그는 “다 좋은데 ‘애국심(Patriotism)이 민족주의로 비춰지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때 반일본 정서를 드러내는 젊은이를 보고 놀랐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애국심은 세계 속의 한국인으로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김효은 기자 , 사진=김도훈 기자

◆ 천안함 폭침이 낳은 ‘P세대’의 특징

Patriotism(애국심) 북한 위협 실감, 애국심에 눈뜨다
Pleasant(유쾌) ‘현빈 세대’ 군대도 즐겁게 간다
Power n Peace (평화) ‘힘이 있어야 평화 지킨다’ 각성
Pragmatism(실용) 진보·보수의 이분법을 거부한다
Personality(개성) SNS로 자기 생각 적극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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