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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를 켜 무언가를 들춰내는 듯 - 김태진 개인전

중앙일보

입력

"작업실에 들어서면 밝은 빛에 시달리던 눈은 순간 침침해지고 한동안을 기다려야 실내의 물건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림을 그리려 한다. 마치 어두운 방에 전구 하나를 켜 무엇인가를 보려 하듯이..."

오는 22~31일 서울 인사동 대안공간 풀(02-735-4805)에서 두번째 개인전을 갖는 김태진씨의 작가 노트다. 흐릿한 안개 속처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언가를 손아귀에 잡아 넣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얘길게다.

'무언가'란 무의식 속을 흘러가는 잡념일 수도 있고, 사소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찰나의 인상이기도 하다. 즉 내면에 은밀하게 감춰진 욕망과 감정을 놓치지 않고 어두운 방에 전구를 켜듯 그림으로 그려 들춰낸다는 말이다.

이 은밀한 감정은 화면을 뿌옇게 흐리는 기법으로 도드라진다. 마치 카메라가 흔들려 찍은 대상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것처럼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의 가장자리는 덧칠과 형태 지우기 등으로 처리돼있다.

전구.선글라스를 낀 남자. 카멜라를 들이대는 남자 등 대부분의 작품이 한눈에 봐서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있어 접근이 쉬우면서도, 일반적으로 구상이 갖는 직설적 어법과는 달리 자신의 내면을 구술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장점이다.

김씨는 서울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금까지 '로고스와 파토스'전, 공산미술제 수상작가전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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