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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에서 발바닥 닳도록 뛰어도 여권 지도부가 폭탄 떨어뜨리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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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설문조사에 응한 한나라당 의원 122명 중 상당수는 “여당에 대한 민심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자마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초선 의원들 중 지역구 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평가를 당내에서 받고 있는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조차 “주민들로부터 주로 듣는 얘기가 ‘미안하지만 이젠 여당 의원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지역구에 너무 자주 오지 말라’는 거다. 정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이명박계로 정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여권에 대한 지역 민심이 안 좋다 보니 청와대와 정부를 비판하는 데 야당의원 못지않다.

 김 의원처럼 친이계였다가 청와대·정부에 각을 세우고 있는 정태근(서울 성북갑) 의원은 “지난달 내내 지역의 초·중·고교 졸업식에 갔는데, 축하를 하기 전에 지역구민들에게 ‘여당 의원으로서 서민경제를 못 살려 죄송합니다’고 고개부터 숙여야 했다”고 전했다.

 중립 성향의 권영진(서울 노원을) 의원은 “지역 분위기를 뒤집기엔 한계에 온 것 같다. 국민은 한나라당의 ‘메신저(지도부)’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다. ‘메시지’가 아무리 좋아도 메신저에 반감을 가지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계도 걱정은 마찬가지다. “바닥경기가 어려워 여당에 대한 민심이 나빠지고 있다”(김영우 의원·포천-연천)거나 “지역구민들이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한 피로감을 얘기한다”(김동성 의원·서울 성동을) 등이다.

 친박근혜계인 현기환(부산 사하갑) 의원은 “이 대통령이 대선 때 ‘경제대통령’을 강조하지 않았느냐. 경제 하나만큼은 살릴 줄 알았는데, 바로 그 경제가 안 좋으니 실망감이 큰 것”이라고 했다. 친박계 손범규(고양 덕양갑)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는데, 그걸 말짱 소용없게 만드는 게 바로 청와대와 여권 실세들, 그리고 당 지도부의 소통 부재와 잦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손 의원은 “여권 핵심이 잘못하니 적진에 떨어져야 할 폭탄이 우리에게 떨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친이·친박계로 분열된 상황을 걱정하는 이도 많았다. 친이계인 김효재(서울 성북을) 의원은 “지역구를 돌아다니다 보면 ‘제발 이제 싸움 좀 하지 말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듣게 된다”고 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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